[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Tata Harper)' 인수에 나선 것을 두고 재계에선 서경배 회장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될 거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 회장은 한국과 중국에 이어 북미를 '제 3의 시장'으로 꼽은 상황인데 자체 브랜드(아모레퍼시픽 미국법인)와 타타하퍼만으론 외형을 불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내달 31일자로 최근 미국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Amorepacific US Investment'에 1681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SPC는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타타하퍼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타타하퍼 인수로 올해 북미시장에서 2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올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규모가 전년대비 68.7% 성장한 734억원으로 집계됐고 타타하퍼는 연간 3000만달러(415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이 북미지역 공략을 본격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서경배 회장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미사업 골자가 단순히 신시장 개척이 아니라 중국시장에서 빠지고 있는 매출을 상쇄해야 할 역할까지 도맡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한국과 중국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려왔다. 지난해만 봐도 이 회사는 국내서 2조8114억원, 중국이 포함된 아시아시장에서 1조91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팬데믹 하에서도 3434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중국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올 상반기 중국에서 올린 매출은 7606억원으로 1년 새 22.6% 감소했다. 주요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진 데다 현지 업체들의 인지도와 기술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모레퍼시픽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8.2% 급감한 1385억원에 그쳤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로컬업체들이 잘 나가다 보니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중국사업을 크게 벌이는 화장품업체들 다수가 부진한 실적을 냈다"며 "업계 내에서는 한국의 프리미엄 화장품이 더 이상 중국 고객에게 먹히지 않을 거란 말도 심심찮게 들리는 편"이라고 업계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처럼 북미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러한 우려에 기인한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업계가 아모레퍼시픽의 추가 M&A 가능성을 제기한 데는 사업적 필요성뿐 아니라 특유의 재무건전성도 한몫하고 있다. 올 6월말 기준 아모레퍼시픽이 들고 있는 현금성자산은(현금+현금등가물) 9103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 실적부진으로 인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62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 간 자체적으로 8473억원의 현금을 가용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음수를 기록한 배경 또한 원재료 확보 등 운전자본 투자에 의한 것인 만큼 하반기에는 현금흐름이 개선될 여지도 적잖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그간 M&A를 하지 않는 기조로 외부에 비치긴 했지만 이번 타타하퍼 인수를 계기로 당사는 지속적으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자처를 지켜보고 있다"며 "추후에도 시장에 좋은 기업이 나온다면 M&A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