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장동윤 기자] 올해 리츠 시장을 달군 키워드는 '대형화'다. 많은 리츠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업계에서 추산한 국내 상장리츠의 예상 증자 규모는 2조원에 육박했다.

한 리츠가 올해 상반기 발행시장을 찾았다. 유상증자로 4600억원을 조달하고, 3개에 그쳤던 자산 포트폴리오에 11개 신규 자산을 추가한다는 계획이었다. 리츠의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임대료수익이 늘어나고, 리츠의 배당여력도 확대된다. 리츠의 대형화는 투자자에게 '호재'다. 

리츠의 증자·편입 계획이 가시화될수록 주가도 올랐다. 연초 5000원 중반대에 머물던 가격이 대형화의 부푼 꿈을 안고 7000원을 바라보게 됐다. 

그러던 중 리츠가 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주식시장 침체로 리츠의 가치가 저평가된 만큼 당장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산 편입 일정도 자연스레 연말로 미뤄졌다. 7000원에 달하던 주가는 공모가(5000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당초 업계에서는 리츠의 증자 편입 계획이 '무리수'였다는 지적을 내놨다. 300%가 넘는 증자 비율과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섹터의 하락세와 투자 자산에 대한 미흡한 정보가 암울한 결과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무리한 업무추진에 따른 투자자 손실은 사실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리츠의 무리수는 당초 '사업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걸'하는 기관투자자의 후회 섞인 목소리가 이제야 나오는 이유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일반기업과 다르게 리츠의 사업에는 주주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리츠는 사업계획과 부동산 매입과 매각에 관한 주요 사안 모두 주주총회를 거쳐 결의한다.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강조된다.

국내 상장리츠 주주총회 양상을 살펴보면 기관투자자가 리츠 운용사를 지나치게 감싸는 모양새다.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투자자에 제공되는 정보는 적은 데 반해 대부분 안건이 무리 없이 통과되기 때문이다.

물론 리츠 운용사에 백지 위임장을 넘기는 기관투자자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이 좁은 업계에는 사는 사람, 파는 사람, 투자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주주총회 참여를 거부하거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면서까지 운용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기관투자자로서도 껄끄러운 일이다.

리츠의 무리수와 기관투자자의 방관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손쓸 방법은 없다. 전자투표제를 실시하지 않는 리츠도 많을뿐더러 개인이 보유한 소수지분으로는 리츠 의사결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리츠 의사결정에 참여할 방법도 여의찮은 마당에 기관투자자와 운용사가 짜고 치는 리츠에 개인이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상장리츠는 개인투자자에게 부동산 투자기회를 열어준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시장을 굴리는 건 기관투자자의 자금이지만, 개인투자자 없이는 상장리츠 시장이 존재할 이유도 없다.

투자한 자금규모 만큼이나 리츠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기관투자자는 운용사 간 이해관계가 아닌,투자자의 권익을 고려해야 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리츠 의사결정에 참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