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법원이 학동재개발구역 붕괴사고 관련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2차 소명이 예정된 서울시의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청문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HDC현산이 이번 재판 결과를 회사의 등록말소 처분 저지를 위해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1부는 최근 학동재개발구역 붕괴사고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철거 공사 관계자 7명과 법인 3곳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현장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재하도급 업체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에게 하청을 제공한 HDC현산 현장소장과 회사 측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1년,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하청업체 대표와 HDC현산 현장소장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HDC현산은 "건축물 관리법상 해체 주체는 철거업체, 현장 감리, 해당 관청"이라며 "시공사는 해체 공사에서 도급인에 불과해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었다.

이에 재판부는 학동재개발구역 붕괴사고가 위층부터 차례로 철거하기로 한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고 하층부를 긁어내며 작업한 탓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이 철거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하도급업체 지시·감독이 허술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HDC현산 측 관계자가 6개월간 구금된 점, 회사가 유족 등에게 총 80억원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결정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이어지는 청문회에서 HDC현산의 소명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사가 학동사고 피해 복구와 유가족 보상 등에 적극적이었다는 점, 철거작업에 대한 회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향후 청문회에서 결정될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HDC현산 관계자와 외부위원 등이 참석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화정아이파크붕괴사고의 책임 소재를 밝히는 재판이 시작됐다. HDC현산은 진행되는 재판 등에서 보다 정확한 사고 원인규명이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에 두 번째 소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등록말소 처분 방어에 보다 유리한 정황이 밝혀지면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HDC현산 측에 내려진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논란에도 철거작업 관련 회사의 직접적인 공사 책임이 없음이 밝혀졌다"며 "개별 사건에 대한 별개의 판결이지만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청문회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시 청문회에서 등록말소 처분이 결정되면 건설업과 금융권 등 관련 업계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HDC현산은 관련 재판 과정에서 등록말소를 피할 수 있는 정황이 입증되면 청문회 소명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DC현산 관계자는 "현재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사고 이후 빠른 정상화와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정아이파크는 올해 11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지난 1월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현장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HDC현산은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1년 또는 등록말소 처분을 사전 통지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