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심화되는 '中 때리기'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자국에서 생산된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ｍ) 이하 공정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14나노 이하의 선단공정은 '첨단 반도체'로 분류된다. 반도체칩은 나노수가 낮을 수록 전력효율 및 성능이 향상된다. 그만큼 미래 산업에서는 미세공정 기반의 반도체칩이 필수적인 부품으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으려는 까닭도 이같은 이유다. 미래 산업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칩 자체 생산 능력을 막아 중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지속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14나노는 스마트폰 등 IT기기에 사용되는 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내 대표 파운드리(반도체칩 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14나노 양산이 가능한 상태고 최근에는 7나노급 초미세 공정 개발을 마쳤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미국이 보다 강한 수출 규제 카드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7월 반도체 장비업체인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 3개사에 14나노 이하급의 반도체 생산용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한 상태다. 당시에는 개별기업에 대한 통제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산업 전반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하려는 것이 포인트다.

◆삼성·SK, 中 메모리공장까지 불똥 튀나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시화되면서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우시 지역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갖고 있다. 

물론 이번 미 상무부의 중국 제재 초점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영역인 파운드리와 관계가 깊다. D램과 낸드플래시가 모두 메모리반도체라는 점에서 두 회사 모두 이번 미 상무부 조치에 직접적인 타격은 적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 수위가 향후 더 높아질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메모리 영역까지 제한을 걸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SK하이닉스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우시 공장에서 양산 중인 D램은 10나노급에 해당한다. 만약 미 상무부가 메모리 선단공정 장비까지 중국 반출에 제한을 둘 경우 생산캐파 확대에 제동이 걸릴 공산이 있다. 우시 공장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약 6조5141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연결기준 반기 매출(26조원)의 약 25%가 이곳에서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이번 미 상무부의 조치로 당장은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제한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미국이 중국을 향한 반도체 제재 범위가 메모리로 확대될 경우 안심할 수는 없다. 메모리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는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