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반도체 소재 및 2차전지 첨가제 생산업체인 덕산테코피아의 전환사채(CB)에 500억원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금을 3년간 수익없이 묵힐 처지에 놓였다.

덕산테코피아의 주가가 CB의 최저조정가액을 크게 밑돌면서 리픽싱(시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이 소용없어진 데다, 금리마저 0%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C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가 가능해지는 2024년말까지 최저조정가액 이상으로 주가반등이 없으면 무이자 원금상환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덕산테코피아는 지난 15일 500억원 규모의 1회차 CB 전환가액 조정을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최초전환가 3만1271원에서 최저조정가 2만5017으로 하향했다.

지난해 12월15일 500억원 규모로 발행된 1회차 CB는 표면ㆍ만기금리 0%로 이자수익 없이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실현만을 노릴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됐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대규모 자금을 납입한 FI들은 연초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차익실현의 기회를 얻기 어려워졌다. 덕산테코피아 주가는 16일 2만1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연초(3만150원) 대비 29%, CB 최저조정가액 대비 15%가량 낮은 가격이다.

FI는 ▲타임이브이제1호일반사모투자신탁(380억원) ▲타임폴리오 코스닥벤처It's Time-MS 2호(45억원) ▲타임폴리오It's Time-MG 2호 일반사모투자신탁(15억원) ▲타임폴리오It's Time-Mezzanine I 일반사모투자신탁(10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5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업무집행조합원(GP)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맡는다.

현재까지 덕산테코피아 CB투자에 참여한 FI들은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은 물론이고 이자수익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다. 4년만기 사채 만기일(2025년 12월15일) 1년 전인 2024년 12월15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가 가능해 원금회수에도 2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덕산테코피아의 단기 실적부진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덕산테코피아의 상반기 실적에 대해 "반도체 부문은 증설효과로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고객사 판가 하락 영향이 있다"며 "OLED 부문에 대한 실적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며 주가가 2023년 추정치 기준 15배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덕산테코피아의 매출은 5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120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최근 덕산테코피아는 지분 50.41%를 보유한 덕산일렉테라 미국법인이 현지에 2차전지 전해액 생산공장을 건설할 것이라는 소식에 단기적인 주가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FI들이 원금 이상의 수익을 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2차전지 호재를 고려한 증권가의 목표주가도 CB 최저조정가액보다 낮은 수준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차전지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