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웅진그룹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기업집단이다. 웅진씽크빅의 전신인 웅진출판이 창립 10년 만에 출판업계 1위에 오르고, 음료∙생활 전문 기업 웅진식품과 웅진코웨이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기도 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후 계열사 매각과 윤석금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현재는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그룹 재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웅진그룹의 42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한 곳에 담은 '웅진역사관'이 지난 6월 개관했다. 1년여간의 공사∙사료(飼料)수집 작업을 마치고 외부에 본격 개방한 것. 22일 웅진그룹의 역사를 담은 랜드마크, 웅진역사관을 찾았다.
웅진씽크빅 본사 2층에 마련된 역사관에 들어서자 윤 회장의 동상과 쌓여 있는 수십권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전시돼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해당 백과사전은 모두 영문판이었는데, 윤 회장이 창업 전 세일즈맨으로 활약할 당시 이 사전으로 최고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쌓인 사전 위에 놓인 '윌리엄 벤튼상'이 당시 윤 회장이 얼마나 많은 사전을 팔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니 곧바로 밝은 분위기가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변변치 않게 시작했던 웅진이 빠르게 커가는 느낌을 표현했다고 한다. 역사관에서는 옛 웅진출판의 주요 제품을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었는데, 웅진그룹이 얼마나 옛날부터 책사업에 진심이었는지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역사관 곳곳에 해당 섹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주변에 안내 관계자가 없을 때도 당시의 상황과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웅진의 품을 떠난 코웨이와 웅진식품, 쿠첸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해당 섹션에서는 정수기, 음료, 밥솥 등 이들의 주요 제품 역시 함께 전시돼 있었다. 과거 핵심 계열사였던 만큼 그룹의 발자취에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각 계열사 매각에 대한 상세한 배경 및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이어 '스마트올' 등 웅진씽크빅의 주요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섹션을 지나 과거 윤 회장의 집무실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체적인 집무실의 분위기는 그간 미디어에서 봤던 '회장님실'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중간에 놓인 작은 TV와 오래돼 보이는 소파가 '회장님' 이미지와는 그닥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서다. 윤 회장은 여섯 개로 구성된 소파 중 오른쪽에서 두번째, 세번째 자리에 자주 앉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4면으로 구성된 영상관을 찾았다. 윤 회장이 AI 캐릭터로 나와 그룹의 발자취를 설명해주는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 윤 회장은 "웅진은 위기 속에서 투명경영과 창의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섰다"며 "역사관이 젊은이들과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화두와 교훈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웅진역사관은 그룹을 방문하는 일반인∙사내직원∙협력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개방되고 있다. 이들에게 그룹의 역사와 발자취 등을 소개하는 종합 콘텐츠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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