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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式 해법, 꼭 정답은 아니다
노우진 기자
2022.09.23 09:00:24
자산 거품, 금융 레버리지 등 과거와 달리 금리인상에 취약해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3일 09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 Unsplash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우리는 지금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경제에 파도를 몰고 올 만한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죠. 증권시장은 요동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격류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유사한 과거의 거시경제 환경을 살펴보면서 말이죠.


최근 연방준비제도는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습니다. 사상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거죠. 이에 따른 여파는 어마어마합니다. 달러의 희소가치가 치솟으며 강달러를 넘어서 킹달러로 군림하고 있고요. 국채금리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수요 부진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국제유가도 2개월 만에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경기침체 신호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상황을 1980년대와 비교합니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연방준비제도가 꺼내든 도구가 같기 때문입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유례없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식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커 전 의장은 성공했고, 위기에 처한 미국 경제를 구해냈습니다.


구체적으로 1980년 즈음 미국 경제는 엉망이었습니다. 세 차례나 경기침체에 빠지는 트리플 딥을 겪으며 장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났죠. 1979년의 물가상승률은 무려 13.3%에 육박했어요. 1976년 1000선을 돌파했던 다우지수는 800선으로 내려앉는 등 증권시장도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때 등판한 볼커 전 의장은 경기부양을 포기하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칩니다. 경기침체 상황임에도 무려 기준금리를 15.5%로 4%포인트 올리는 조치를 단행한 거죠. 이어 1981년 6월에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는 결단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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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강경한 금리인상 드라이브에 실업률은 급증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습니다. 불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치솟는 이자율에 미국 국민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습니다. 그러나 볼커 전 의장은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잡혔습니다.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니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거죠. 결국 1982년에는 4%로 꺾였고, 이듬해에는 2.36%까지 떨어졌습니다.


볼커 전 의장은 물가가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판단이 섰을 때 긴축정책을 거뒀고, 억눌려있던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증권시장에도 활기가 돌아왔죠. 1980년 4월 817포인트까지 밀렸던 다우지수는 1983년 3월 1130포인트까지 상승했습니다. 불안한 시기를 이겨낸 시장은 미국 200년 역사상 최고라 할 정도의 강세장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연준을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노리는 것 역시 긴축통화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 제어입니다. 볼커 전 의장이 성공을 거둔 방법을 참고해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건데요.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성공만 한다면 볼커 전 의장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는 되살아나고 시장을 오히려 강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 될 수 있습니다. 가파른 물가상승을 직면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1980년대와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단 인플레이션이 촉발된 이유가 다르고, 글로벌 경제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15년 가까이 이어진 불황으로 1980년대 자산 밸류에이션은 대공황 저점 수준이었습니다. 기업과 가계, 정부가 레버리지를 활용하지도 않았죠. 시장 역시 주가가 이미 급락한 상태였어요. 반면 지금은 어떤가요? 10년 이상 이어진 호황기에 자산 거품은 부풀었고,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금융 레버리지는 폭증한 상태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기업들의 주가도 단기간에 폭등했죠. 즉, 1980년대보다 훨씬 취약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은 1946년과 유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현상이 비슷합니다. 1946년에는 세계대전 종식 후 소비재에 대한 억눌린 수요가 폭발했고, 가격 통제가 중단된 가운데 광범위한 공급망 쇼크까지 오면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세계대전 중 창출된 초과 저축과 차용인들의 신용 수요 증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켰죠. 인플레이션은 거의 20% 가까이 올랐다가 하락했습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1942년 62억 달러에서 1945년 245억 달러로 무려 3배 커진 상황이었죠.


당시 연준에게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무기가 없었어요. 때문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통화신용 팽창을 억제하는 동시에 정부채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동시에 전쟁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공급 부족이 해소되었고, 이른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점차 가라앉았습니다. 경제는 가벼운 침체를 겪었지만 비교적 견실하게 견뎌낼 수 있었죠.


지금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동시에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볼커 전 의장의 방법을 택한 거죠. 그러나 이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요. 1946년의 가벼운 경기침체보다 훨씬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미 자산 밸류에이션은 높아져 있고, 투기적 거품까지 껴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볼커 전 의장처럼 성공할 것이라고는 담보할 수 없어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우리는 과거의 사례를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올바른 나침반을 집어 든 것인지 가늠하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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