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슬라이더블(Slidable) 디스플레이'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를 예고하고 나섰다. 혁신적인 기술로 폴더블 패널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최 사장은 27일(미국 현지시간) 진행된 인텔 신제품 공개 행사 '인텔 이노베이션'에 등장해 직접 17인치 PC용 디스플레이를 소개했다. 그는 "세계 최초의 17인치 PC용 슬라이딩 디스플레이"라면서 "더 큰 화면과 휴대성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시작을 강조하기 위해 "폴더블(PC) 시대는 끝났다"는 농담을 던지면서 "이제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시대가 시작된다"고 말해 참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뛰어넘을 만큼 슬라이더블 시장이 커질 것이란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디스플레이는 왼쪽 측면을 잡고 당기면 그 방향으로 늘어나는 슬라이더블 방식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 플렉스 슬라이더블(Flex Slidable)을 활용해 노트북과 스마트폰 간 통화·메시지·사진 등을 공유하는 '유니슨' 기능을 시연하기도 했다.

최 사장이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최근 IT 기업들이 플렉서블 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팀장 부사장은 최근 "롤러블·슬라이더블폰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애플도 이르면 내년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에 폴더블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최 사장은 지난해 5월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주최한 '디스플레이 위크 2021'에서 "사용자들은 폴더블, 롤러블, 슬라이더블, 풀스크린과 같은 여러 종류의 디스플레이 폼팩터를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시장 확대를 전망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2022년부터 2029년까지 약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옴디아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곡률 반경, 투과율 기술 등이 개선됨에 따라 출하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삼성전자 폴더블폰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출하량 기준 9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오포, 비보 등에도 폴더블 패널을 공급해왔다.

이에 더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특허청에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 두 건을 등록하면서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역시 올 상반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슬라이더블 패널을 포함한 10건의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슬라이드폰을 먼저 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PC나 노트북 등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탑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력 확보가 중요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사장이 인텔 행사에서 직접 시제품을 공개한 건 이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어느정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공개된 슬라이더블 PC용 디스플레이의 출시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