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배재규 대표체제를 맞아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 대표의 경영 비전인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거듭나고자 ETF(상장지수펀드) TDF(타깃데이트펀드) 등 핵심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6일 한투운용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란 이름의 새 TDF 시리즈를 공개했다. 총 7개 빈티지(2030·2035·2040·2045·2050·2055·2060)로 구성된 해당 TDF는 포트폴리오를 ETF만으로 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판매보수가 없는 ETF를 편입해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40년 이상의 경제지표를 토대로 도출한 자산배분 원칙인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을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한투운용은 기존 '한국투자 알아서 TDF'와 더불어 총 2가지의 TDF 시리즈를 갖추게 됐다.

한투운용의 TDF 라인업 강화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배재규 대표가 올해 한투운용의 새 수장에 오른 뒤 줄곧 TDF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해 왔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지난 2월, CEO 취임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에서 한투운용을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전통에서 혁신으로 한투운용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TDF를 비롯한 연금펀드의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지난 7월, 박희운 전 KB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을 영입해 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를 개발해 왔다.

배 대표의 이러한 기조는 6일 열린 간담회에서 다시 한 번 확인 됐다. 그는 "회사는 단순히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가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핵심 비즈니스가 된 TDF, ETF, OCIO(외투위탁운용)에서 성장동력 마련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3주 전 ETF 리브랜딩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투운용은 ETF 브랜드 리뉴얼을 깜짝 발표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2008년부터 14년간 ETF 브랜드로 사용해 온 KINDEX를 폐기하고 ACE(에이스)란 이름으로 ETF 비즈니스를 새롭게 시작한다고 밝혔다. KINDEX는 그간 경쟁사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일산의 컨벤션센터인 KINTEX와 발음과 스펠링이 유사해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5년 뒤인 2027년 무렵이면 국내 ETF 규모가 현재의 3배인 200조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만큼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새 간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배 대표는 또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과의 맞대결을 피할 뜻이 없음을 내비췄다.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이들 두 운용사가 내놓지 않은 이색적인 테마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우회 전략과는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했다. 14년간 애용해 온 브랜드를 폐기하는 승부수를 띄워 탑티어로 올라서겠다는 다짐을 공표한 셈이다. 순위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운용자산(AUM) 2조원 차이로 한 계단 앞서있는 KB자산운용을 제치고 한투운용을 3위권에 올리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당사는 지난 7, 8월 대표이사 직속 '디지털ETF마케팅본부'와 '솔루션본부'를 신설하며 ETF, TDF, OCIO 비즈니스 역량 강화에 대한 인프라를 마련했고, 지난 9월에는 ACE ETF 리브랜딩을 발표하며 한투운용 ETF의 새출발을 알리는 등 자산운용업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오늘은 TDF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될 신상품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비즈니스 강화의 포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