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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과 ESG
백승룡 기자
2022.10.11 07:55:14
탄소중립· ESG 투자기조 외면받는 삼척블루파워…발전전력량 1위 석탄발전 '모순적'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7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척블루파워 화력발전소 1,2호기 조감도. (사진=삼척블루파워)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3분기 리그테이블 자료를 집계하면서 이 기간 부채자본시장(DCM)을 되돌아보면 회사채 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은 여느 때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은 거침없이 이뤄졌고, 채권 전반의 투자수요가 급감해 신용등급 A급 이하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발행금리는 연일 치솟아 기업의 이자부담도 높아진 데다가 SK디앤디, SLL중앙(옛 JTBC스튜디오) 등 미매각 회사채도 속출했다.


가시밭길이 된 3분기 회사채 시장에서도 투자수요 확보에 가장 참패한 곳 중 하나는 삼척블루파워(A+/안정적)다. 민간석탄발전사인 삼척블루파워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달 24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투자수요는 50억원에 그쳤다. 앞서 삼척블루파워는 지난해 6월(1000억원)과 올해 4월(1800억원) 발행에서 투자수요가 전무(全無), 전량 미매각에 처한 바 있어 50억원이라도 매수주문이 발생한 것에 자족해야 했다.


사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신용등급 AA-로 우량 기업 반열에 올랐고, 같은 해 9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당시에도 16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몰리는 기업이었다. 앞서 2018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얻고 오는 2024년까지 총 21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상태로, 포스코에너지(29%)를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9%), 포스코건설(5%)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변곡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지난 2019~2020년 무렵부터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ESG가 사회 전반의 화두로 부상했고,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은 기업의 ESG 요소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에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ESG 투자 기조로 인해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금융사들의 신규 투자 중단이 확산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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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 신규 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석탄발전 가동을 2050년까지 전면 중단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예정 시기가 2023~2024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계획상 내용연수인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상업운전이 중단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석탄발전에 대한 비우호적인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용평가사 3사는 올해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시킨 바 있다.


ESG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다만 ESG는 장기적인 방향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시점부터 그럴싸한 성과를 보여주려다가는 현실과 부딪히기 십상이다. 삼척블루파워를 둘러싼 정부와 금융기관의 행보도 그러하다. 정부가 2018년 직접 실시계획 승인 내준 수 조원 규모 사업에 대해 3년여 만에 태세전환을 하며 계획상 내용연수조차 보장받지 못하도록 한 것은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게다가 정부는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에 제한을 두는 '석탄발전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자 석탄발전상한제를 슬그머니 유보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석탄발전은 원자력발전을 제치고 발전전력량 비중 1위(약 32.7%)로 올라섰다. 고상하게 ESG와 탄소중립을 외쳐도 이는 수십년 뒤의 목표일 뿐, 현실적으로 일정 시점까지는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렇다면 삼척블루파워는 왜 벌써부터 '필요악' 취급을 받아야 하나.


금융기관들도 급진적으로 ESG 투자 원칙을 세우다보니 곳곳에서 엇박자가 난다. ESG와 탄소중립은 수십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성인데, 현재 시점에서 ESG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는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계열 증권사는 기존 확약에 따라 석탄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는 웃지못할 모순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 ESG 투자는 명확하게 늘고 있나. 연기금을 필두로 ESG 투자기조를 강화한다고 천명했지만 아직까지 일반 회사채와 ESG채권 간 투자수요의 차이는 불분명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내년 리그테이블에서 삼척블루파워는 회사채 시장에서 어떤 기록을 남길까.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2018년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과 5년간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은 바 있어 내년까지는 회사채 미매각 물량이 발생해도 증권사가 모두 떠안는다. 그러나 내년 이후 인수약정이 종료된 시점부터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차환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탄발전 의존도가 30%를 넘는 나라에서 30년 뒤의 탄소제로 목표로 인해 벌써부터 자금조달 우려가 빚어지는 상황이 합당한 것일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고 한다. ESG와 탄소중립이라는 긴 여정도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이 짜여야 공감대를 얻으면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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