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카카오페이증권이 자본확충과 실적개선이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자본확충으로 사업 규모를 늘려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영업적자는 갈수록 누적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당장 사업 수익성 개선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5일 유상증자를 통해 모회사 카카오페이로부터 자본금 1000억원을 확충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679억원이었던 카카오페이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679억원으로 불어났다. 국내 증권사 중 상상인증권(2448억원)과 비슷한 몸집을 갖게 됐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모회사 지원 외에도 기업공개(IPO), 외부투자 유치 등 자본확충 창구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IPO 담당 인력 충원에 나서기도 했다. 아직 출범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준비하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자본확충은 사업 규모를 키워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본시장 관련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증권매매업(500억원 이상), 장외파생상품업(900억원 이상) 등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곧 수익 재원인 셈이다.

하지만 누적된 영업적자가 자본 증가 폭을 감소시키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손실은 239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손실(170억원)을 넘었다. 증권사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마이너스(–) 14.2%를 기록했다. 유상증자 전 자본 규모 1679억원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919억원과 비교하면 340억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 규모 확대로 외형성장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흑자기반 구축이 필수 조건"이라며 "순손실이 누적되면 그만큼 자금이 유출돼 자본확충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신용거래융자 서비스(신용공여)를 시작하며 신규 수익원 창출에 나섰다. 신용공여는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수할 때,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매수 대금 전체 혹은 일부를 융자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자율에 따라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그러나 신용공여 만으로는 흑자전환을 이루기 힘들 전망이다. 신용공여 한도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이자 수익률을 8.00%로 가정하고 현재 자본 규모(2679억원) 100%를 서비스에 투자한다고 예상했을 때 기대 이자 수익은 214억원이다. 상반기 순손실을 메꾸기도 어려운 금액이다.

결국, 기존 사업에서도 흑자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식시장 침체 여파와 핵심 사업 인력 이탈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리테일(소매금융)과 홀세일(기관투자가 대상영업)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리테일 사업은 올해 2분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정식 출시했으나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으며 홀세일 사업은 올해 초 김현태 전 법인영업본부장 등이 DS투자증권으로 이직한 뒤 영업이익이 급감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뒤늦게 이자 장사에 나섰으나 현재 자기자본 규모로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 기존 사업 실적개선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