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경영정상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돼 온 적자로 재무건전성이 많이 악화된 만큼, 환율·금리 영향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약 6067억4000만원을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수대금 3654억9000만원 ▲운영자금 2055억1000만원 ▲임금미지급금 출자전환건 357억4000만원 순이다. 쌍용차 인수 주체인 KG모빌리티가 법원에서 인가된 회생계획안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다. 

KG그룹은 앞서 총 9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쌍용차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에도 약 3000억원 가량이 추가적으로 쌍용차 운영자금에 활용될 예정이다. 그만큼 쌍용차의 재무건전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 쌍용차의 올 상반기 기준 자산총계는 1조9655억원이다. 이 중 부채가 2조766억원, 자본이 마이너스 111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쌍용차의 완전자본잠식은 지난 2020년 4분기부터 약 2년반째 지속되고 있다.

회생계획안이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들은 쌍용차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부분 활용될 전망이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해결이 시급한 부분은 약 1조1615억원 가량의 결손금이다. 결손금을 줄여 잠식된 자본금(7492억원)을 되살리는 게 핵심이다. 이후 결손금을 모두 청산하고 잉여금으로 돌려놔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쌍용차가 올 하반기 기준으론 KG그룹의 자금지원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흥행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590억원이다. 사업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면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고환율 여파가 쌍용차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매출 비중은 주로 수출이 높지만, 쌍용차의 경우 내수에 집중돼 있다. 

해외 비중이 높을수록 환차익이 적용돼 재무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데, 쌍용차는 이같은 혜택에 한계가 따른다는 의미다. 지난 9월 기준 쌍용차는 총 1만1322대를 팔았는 데, 이 중 수출은 3587대(31%)에 그치고 있다. 

고금리 또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쌍용차는 반기 기준 약 4050억원의 단기차입금(대출)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대비 28.5% 더 늘어난 상태다. 이자율은 평균 5%대다. 여기에 CD금리(양도성정기예금증서)를 더하면 평균 8%대로, 이율이 상당한 편이다. 

결국 내수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쌍용차로선 재무 개선에 한계가 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내수 판매 증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부자금을 통해 재무리스크를 어느정도 해소한다 하더라도 결국 사업 부문에서 수익이 발생해야 경영정상화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