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올해 3분기 말 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100% 초반까지 하락했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저금리 시절 장부상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실시한 채권 재분류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 

다만, 이미 상반기 중 대규모 자본 확충을 시행한 데다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험금을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농협생명의 입장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107%로 전기 말 대비 73.3%포인트 악화됐다. 이는 금리상승으로 매도가능증권평가손실(채권평가손실)이 약 5조5000억원 잡히면서 RBC비율의 분자값인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급감한 영향이다.

상반기 연 1.7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 7월 연 2.25%, 8월 연 2.50%를 지나 이달 연 3.00%까지 상승했다. 이에 채권금리도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1분기 말 연 2.97%에서 3분기 말 연 4.08%으로 올라섰다. 이에 같은 기간 농협생명의 매도가능증권평가손실은 1조8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까지 4배 가까이 커졌다.

금리민감도가 커진 이유는 제로금리 시절 실시한 채권재분류 때문이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가용자본에는 채권을 포함한 금리부자산 평가익이 반영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과 이익잉여금, 자본금이 포함된다. 현행 회계제도에서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만 시가로 평가되는데, 농협생명은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떨어졌던 지난 2020년 만기보유증권 전량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지표 상승 효과를 꾀했다.

그러나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매도가능증권평가손실이 잡히면서 RBC비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농협생명은 올해 상반기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1조4300억원 가량의 자본 확충을 실시했다. 지난달에는 농협금융지주를 상대로 2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발행하기도 했지만 금리 상승분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농협생명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되는 등 경영실적이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이 같은 RBC비율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농협생명의 3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112% 증가한 2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3분기 기준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잉여액은 8조1000억원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LAT는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IFS17)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제도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이번 RBC비율 급락은 채권재분류에 따른 회계 인식의 문제일 뿐 고객의 보유계약과 회사 실질 가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만약 채권재분류를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당사의 RBC비율은 300%대를 나타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분기 중 추가 자본 확충을 검토하는 등 재무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