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올해 초 SK에코플랜트에서 플랜트 사업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SK에코엔지니어링에서 노사 간 단체교섭 주기 등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 측이 신속한 단체교섭 추진을 반복해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노조 측 제시안 검토 기간이 부족할 정도로 교섭 주기가 짧다며 맞서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엔지니어링 노사는 오는 5일 2차 단체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10월 5일 첫 단체교섭 이후 1개월 만에 가지는 단체교섭이다. 노조 측은 이 자리에서 ▲단체교섭 절차 및 조합 활동 보장 관련 기본합의서 체결 ▲단체교섭 주 2회 실시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노동조합은 회사가 SK에코플랜트로부터 지난 2월 분사한 뒤 약 3개월 만에 설립했다. 3월 25일 종로구청에 설립신고를 접수해 30일 설립신고증을 획득했다. 현재 조합원은 453명으로 전체 임직원 1100여명 중 41%를 차지한다.

노조가 사측에 가진 가장 큰 불만은 사측이 교섭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5일 회사가 정식 출범하고 만 9개월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노사가 공식적으로 마주앉아 협의를 나눈 건 상견례와 1차 단체교섭 등 두 번뿐이라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노조가 사측에 처음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은 6월 21일이다. 이와 함께 단체교섭 절차 및 노동조합 활동 보장에 관한 기본합의서 제정을 함께 요구했다.

사측은 이튿날인 22일부터 7월 4일까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와 참여노조 확정 공고를 진행했다. 이후 사측 제안에 따라 8월 10일 상견례를 열기로 했지만 30일로 연기했고 1차 교섭 역시 상견례 후 1개월을 넘긴 10월 5일 진행했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 요구안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는 데다 늦장을 부리며 1개월 1회 교섭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SK에코엔지니어링노동조합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조합원 400명 이상을 달성하면 단체교섭을 통해 노조 상근자 1인과 별도의 업무공간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사측이 고의적으로 늦장을 부려 업무 환경이 조합원 규모 대비 열악한 상황"이라며 "분사 후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회사가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노조 측의 문제 제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상견례가 늦어진 것은 양측의 교섭위원이 번갈아가며 신종 코로나비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차 단체교섭이 늦어진 것은 추석 연휴와 공동연차 등이 이어지면서 적절한 교섭일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온적인 교섭 태도에 대한 지적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회사가 공식 출범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수준의 교섭을 강요하고 있다"며 "회사의 1년치 자금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노조 측의 요구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주 1회 교섭은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을 제대로 검토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교섭주기이며 회사가 이를 보장해야 할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며 "공식적인 교섭 외에도 수시로 소통하며 내실 있는 교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