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차장]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장군인 전기와 그의 전략참모 손빈 사이의 기사(전차경주) 필승방법에서 나온 말이다. 본래의 의미는 '살을 베고 뼈를 깎을 만큼의 강인한 정신력'이나 현대에 와서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국내 철강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동국제강은 육참골단에 꼭 맞는 기업이다. 과거 유동성 위기까지 내몰렸던 동국제강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선제적인 사업재편 노력을 더해 최근 재기의 발판을 단단히 다져나가고 있다.

동국제강 위기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대 초 당시 오너 3대에 걸친 숙원사업이었던 브라질 고로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집행과 주력사업인 후판부문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재무구조가 흔들렸다.

결국 2014년 말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까지 체결하기에 이른다. 동국제강의 위기를 체감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앞다퉈 기업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BB(부정적) 등급까지 대폭 떨어뜨리기도 했다.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회사는 외형 확장을 포기하고 자산 정리와 사업재편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한때 전체 매출의 40%를 웃돌았던 후판부문 비중을 줄이기 위한 포항 1~2후판공장 폐쇄와 계열사인 유니온스틸 흡수합병, 본사 사옥인 폐럼타워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철근과 냉연부문 투자는 오히려 확대하며 경쟁력 있는 품목 중심의 사업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최근 매각을 결정한 브라질 CSP제철소는 지난한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었다. 동국제강은 지난 9월 이사회를 통해 발레(Vale), 포스코와 합작투자한 브라질 CSP제철소 보유지분 30% 전량을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브라질 CSP제철소는 사실 가동 초기부터 사업의 불확실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대규모 적자 지속과 하공정(열연, 후판 생산 등)이 없는 사업적 한계로 인해 끊임없는 자금 수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고로 보유의 꿈을 가졌던 동국제강 입장에서 브라질 CSP제철소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결국 실리를 선택했다.

이러한 뼈를 깎는 과감한 사업재편은 현재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근은 최근 3~4년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며 이익에 큰 보탬이 됐고, 냉연사업을 흡수함으로써 각 품목에 가해졌던 실적 부담도 한결 덜었다. 무엇보다 그간 재무부담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브라질 CSP제철소를 정리하며 향후 안정적인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구조조정 노력은 기업 신용도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격상시켰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이었지만 1년 반 만에 극적인 신용도 상승을 이어가며 투자적격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빠르게 되찾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작년 주주총회에서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 '중강(中强)기업'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했다.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을 갖춘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혀진다.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동국제강의 힘찬 행보에 우량기업 지표인 신용도 A등급으로의 화려한 복귀도 머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