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우건설의 품에 안겼다. 총회를 진행하는 내내 현장에선 롯데건설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접전 끝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5일 2차 시공사 합동 설명회와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했다. 총회에는 조합원 908명 가운데 760명이 참석했고, 대우건설이 410표, 롯데건설이 342표를 얻으며 대우건설의 수주를 확정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원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한다. 3.3㎡당 공사비는 770만원, 총공사비는 7900억원이다.

사업을 수주한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한남 써밋'을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이주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150%를 약속했고 감정평가액이 적은 조합원도 수월히 이주할 수 있도록 최저 10억원을 보장했다.

또 '118 프로젝트'를 추진해 아파트 고도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다. 한남2구역은 남산 경관 보호를 이유로 90m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착공 전까지 서울시를 설득해 아파트 높이를 최고 118m까지 완화한다는 것이다.

임시총회 초반은 롯데건설이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이하 경영진 9명이 총회장을 찾았고 조합원 투표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4시쯤 총회장을 떠났다. 반면 총회에 참석한 대우건설 측 임직원은 4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 임시총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총회장 주변엔 롯데건설 관계자 다수가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A씨는 "총회 전부터 롯데건설의 홍보가 적극적이었는데 총회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표 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우건설이 근소한 표차로 시공권 획득에 성공했다. 오후 5시경 1차 개표 결과를 전달하자 곽병영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이 총회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우건설의 승리는 파격 공약과 더불어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설 덕분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4일 강원도가 보증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대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롯데건설을 비롯한 일부 건설사의 부도설이 확산됐다. 롯데건설의 올해 상반기 기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는 4조3000억원으로 건설사 중 가장 많다.

계열사의 자금력이 풍부한 롯데건설이기에 실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최근엔 2000억원의 유상증자, 5000억원의 계열사 자금 차입을 결정했고 1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을 둘러싼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됐고 시공권 수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실제 부도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불안한 시장 상황으로 회사가 조합원의 불안감을 빠르게 잠재우지 못한 것이 대우건설의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