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에이엔피가 이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해 배터리 보호소자 제조기업인 알엔투테크놀로지 인수합병(M&A)의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다. 에이엔피는 이차전지 관련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전문 제조기업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코리아(NBMK)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이번 투자로 이차전지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에이엔피는 재무여력이 충분치 않아 알엔투테크놀로지 인수에 투입할 막대한 자금을 인수대금 납입기일 전까지 어떻게 마련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에이엔피는 주요 전략적투자자(SI)로서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알엔투테크놀로지 인수에 나서고 있다. 에이엔피는 주식양수도 대금지급과 향후 유상증자 납입에 각각 71억원, 50억원씩 총 12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에이엔피를 주축으로 구성된 투자그룹은 지난달 18일 알엔투테크놀로지의 단일 최대주주인 이효종씨 및 그의 특수관계인 민보홍씨와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대상 주식은 161만8730주(21.17%)이며 주당 양도가액은 1만6060원으로 책정됐다. 계약체결일(18일) 종가 1만300원 대비 55.92% 높은 가격이다. 최대주주 변경은 오는 12월9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공식화될 예정이다.

M&A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에이엔피(SI) 43만6530주(지분율 5.71%) ▲알파트너스코리아(SI의 특수관계인) 43만5000주(5.69%) ▲엠라이트2호 투자조합(FI) 37만3600주(4.89%) ▲씨제이케이 투자조합 37만3600주(4.89%)로 구성됐다.

최종 잔금 납입은 경영권 이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12월9일) 전일인 12월8일로 예정됐다. 같은달 23일 알엔투테크놀로지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진행한다. 에이엔피와 알파트너스가 각각 50억원씩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엠라이트1호투자조합이 CB 전량을 단독 인수한다.

문제는 121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이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에이엔피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7월 1일 이차전지 관련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NBMK 지분 40%를 인수하는 데 이미 3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잔여 자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본시장에서의 추가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이엔피 관계자는 "현재 알엔투테크놀로지 주식양수도대금을 지급할 자금이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잔금 지급일까지 한달의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금조달 방법을 다방면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엔피가 회사의 재무적 역량을 총동원해 알엔투테크놀로지 M&A에 나서는 것은 지분을 투자한 관계사 NBMK와의 이차전지 관련 사업시너지 때문이다. 각 소재별 고객사 네트워크의 결합을 통한 판로확장 및 비용절감 등 규모의 경제효과를 노린 구상으로 풀이된다.

에이엔피 관계자는 "네오배터리와 알엔투테크놀로지의 사업적 결합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연내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이차전지 사업 다각화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