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토지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3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우려되는 완전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서울시 강서구 소재 본사 토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회계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토지재평가로 기본 장부가 대비 약 2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개별로 보유한 토지 장부금액은 619억원 상당이다. 이번 재평가로 장부금액은 1200억원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본사 이외에도 자회사들이 보유한 토지자산도 재평가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회계는 연결 기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회사들이 보유한 토지 가치가 올라갈 경우 이 또한 자산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연결 기준으로 보유한 토지를 대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고 하면 장부가액은 약 800억원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결 기준 보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829억원이다. 자회사들이 보유한 토지가 포함된 금액인데, 강서구 오쇠동 본사 부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를 받았다면 장부가액은 16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배경에는 급등한 환율이 있다. 상반기 환율손상차손 영향으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는데, 3분에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월 기준 자본금은 3730억원, 자본총계는 2046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45%였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만 외화환산으로 311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는 2분기보다 환율이 더 오르면서 외화환산손실액은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6월까지 13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9월 최대 1440원까지 약 10% 상승했다.

3분기 대한항공과 같이 직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14% 가량 상승했다고 계산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 159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외화환산손실을 더하면 약 2000억원 이상 순손실이 발생한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완전자본잠식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급한 불은 자산재평가 평가이익으로 끌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토지자산 재평가로 평가이익이 자산에 더해지면 완전자본잠식은 피할 수 있게 된다. 완전자본잠식에 들어서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리스사와 계약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리스사는 대여해준 항공사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막은 셈이다.

다만 여전히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은 과제로 남아있다. 완전 자본잠식은 피했지만, 이대로라면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가게 된다. 국내 증시에서는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가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다.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올해 말까지 자본잠식률을 50% 밑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는 한 번 실시하면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생겨 언제든 떨어질 위험이 생기게 된다"며 "자본잠식률을 더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