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부터 4가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에 대한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던 독감백신 기업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카이셀플루 생산 중단으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렸던 녹십자의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3~2024절기부터 독감백신 생산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으나 최근까지의 추세를 볼 때 내년 독감백신 생산 재개는 거의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의 주력 제품인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올인'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독감백신 생산에 사용되던 설비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고,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의 3분기 개별기준 매출은 9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8%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78.7% 감소한 214억원을 기록했다.

경쟁 백신 기업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부적으로 독감백신 생산을 재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백신 판매량이 늘어나면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생산규모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독감백신 영업활동 부재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SK바이오사이너스가 자체 백신 생산은 하지 않았지만 일부 물량을 수입해 판매해왔다"며 "꾸준히 거래처(병의원)를 관리해 왔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백신 생산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던 기업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국내 독감백신 양대 생산기업으로 꼽히는 녹십자가 가장 대표적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프리필드시린지'를 1527억원어치나 생산, 전년 대비 84.2%나 늘렸다. 아울러 3가 독감백신인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의 생산실적 역시 같은 기간 44억원에서 358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얻은 반사이익이다. 올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약 1700만도즈)으로 생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신명가로 잘 알려진 녹십자는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도 명성을 유지해오다가 4가 독감백신이 주류가 된 2020~2021절기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부재로 1위 자리를 탈환한 만큼 왕의 귀환(SK바이오사이언스)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십자 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 생산기업들도 (SK바이오사이언스 복귀로) 작던, 크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가격할인 등 영업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