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스튜디오삼익의 증시 입성 실패가 회사 성장뿐 아니라 삼익티디에프(삼익가구) 오너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대규모 사업자금 조달이 무산된 데 이어 오너일가의 재산증식 기회도 미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익가구 내 승계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튜디오삼익은 IBKS제13호스팩과의 합병 유입금 112억원을 ▲차입금 상환 30억원 ▲시설자금 15억원 ▲상품 매입 등 운영자금 68억원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가치 고평가를 우려한 주주 반발로 합병 승인 주주총회 안건이 폐기되며 무위로 돌아갔다.

스튜디오삼익은 지난 2017년 설립된 회사로 '삼익가구' 브랜드의 온라인 상표전용사용권 계약을 체결하며 가구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집 꾸미기 열풍이 불며 실적이 급증했다. 스튜디오삼익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844억원,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2%, 7.6% 늘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425억원, 영업이익 16억원에 그치며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성장 정체기를 극복하고자 죽산목공소와 스칸디아 등 취급 브랜드를 확장했으나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에 도전했던 만큼, 정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튜디오삼익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스팩 합병 무산 아쉬움이 컸던 만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재도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익가구 오너일가가 재산증식 기회를 놓친 점에 시선을 모은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스튜디오삼익 주주는 최정석 대표(30.45%)와 이재우 씨(16.1%), 삼익홈앤데코(6.7%), 삼익티디에프(5.8%) 등이다. 이 중 이재우 씨는 이방희 삼익가구 대표이사 장남으로 2대 주주지만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우 씨는 지난해 스튜디오삼익 구주를 신한벤처투자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 매각해 약 28억원을 현금화했다. 삼익홈앤데코(7억5000만원), 삼익티디에프(20억원)도 보유한 구주를 팔아 거액을 손에 쥐었다. 삼익홈앤데코는 이 대표 개인 회사이며, 삼익티디에프는 이 대표(44.7%), 신춘재 삼익홈앤데코 대표(20.8%), 삼익홈앤데코(16.0%)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4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긴 셈이다.

스튜디오삼익이 계획대로 7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증시 입성에 성공했을 경우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224억원대로 불어날 예정이었다. 합병 상장일로부터 1년간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의무보유 확약을 체결해 빠른시일 내 차익 시현을 거둘 수 없었으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삼익가구 승계작업도 차질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대표는 올해로 77세(1945년생)로 고령이다. 가업 승계를 위해서는 이재우 씨가 삼익티디에프에 유의미한 지배력을 행사해야 하지만 현재 보유지분은 0%다. 주식을 증여받거나 사재로 취득해야 하는데 대규모 현금 소요가 불가피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고령이다 보니 삼익가구 내부에서도 승계작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증여, 취득 모두 현금이 필요한 만큼 스튜디오삼익 상장이 늦춰진 게 아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