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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兆 프로젝트' 에쓰오일…곳간 사정 "기대반 우려반"
백승룡 기자
2022.11.23 08:00:23
총 투자규모 중 71% 자체 현금 충당…"외부차입 확대 시 재무부담 확대"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2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국내 3위 정유사 에쓰오일(S-OIL)이 '샤힌(shaheen) 프로젝트' 투자를 확정 지으면서 총 9조원 규모의 투자부담을 짊어지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강화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석유화학 수급의 과잉공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의 2단계 석유화학 확장 프로젝트로, 약 5조원을 투자한 1단계 프로젝트는 지난 2018년 11월 상업가동을 시작한 바 있다. 에쓰오일은 내년 초부터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샤힌 프로젝트에 돌입, 오는 2026년 6월께 에틸렌 기준 연간 180만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 평시 EBITDA 1조~1조5000억원 수준…"연평균 2조원 투자규모 감내 가능"


22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자금 가운데 6조6000억원(약 71%)은 자체 현금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2조7000억원은 회사채(20%), 최대주주 아람코(Aramco)의 대여금(9%) 등을 통한 외부차입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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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8453억원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회사채 상환 등 영향으로 지난해 말(1조9455억원) 대비 큰 폭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변동성이 커졌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 수 년간 평균적으로 1조~1조5000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에쓰오일의 운전자금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현금흐름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샤힌 프로젝트 투자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잉여현금흐름 상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무부담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실장은 "자체 영업현금 흐름을 활용해 상당부분 투자자금 충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현 등급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쓰오일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적부진과 재무부담으로 지난 2020년 말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조정된 상태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안정적' 등급전망을, 한국기업평가는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도 "샤힌 프로젝트의 투자 기간이 2023~2026년에 걸쳐 분산돼 있고, 자체적인 영업현금 창출을 통해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신규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연평균 2조원 내외의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투자자금 지출이 본격화된 이후 외부차입 의존도가 확대될 경우엔 추가적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에쓰오일의 주요 연결기준 재무지표 추이. (단위:억원)

◆ '생존의 문제' 정유사 포트폴리오 확대…증권가 '기대감'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간 18만7000t 수준이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능력이 180만t으로 늘어나면 ▲LG화학(330만t) ▲롯데케미칼(233만t) ▲여천NCC(228만5000t)에 이은 국내 4위 규모의 에틸렌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고무, 비닐 등의 기초원료로 쓰여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본업인 정유부문을 넘어 석유화학부문에서도 수위권의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전체 1257만t으로 에쓰오일의 신규 투자 규모는 국내 생산능력에서 14% 비중을 차지한다"며 "에쓰오일의 신규설비 원가 경쟁력은 기존 국내 업체 대비 뛰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화학업계에게도 위협적인 투자"라고 밝혔다. 이어 "오는 2027년 글로벌 육상 운송용 연료 수요 감소를 앞두고 글로벌 정유업체의 석유화학 증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프로젝트로 기대되는 2가지 효과는 생산량 증가와 화학 비중 확대"라며 "오는 2030년 이후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정유 제품 일부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화학 제품으로 전환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예 다른 시장에 진출하기보단 최대주주부터 시작되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는 다운스트림 확장을 선택한 것"이라며 "호황 사이클이 정유에서 화학으로 넘어갈 타이밍에 샤힌 프로젝트의 성과가 구체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정유사들은 본업인 정유업의 업황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석유화학·윤활기유 등 비(非) 정유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온 상태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등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가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속도도 가팔라지면서 정유업계의 포트폴리오 확대는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GS칼텍스는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지난해부터 가동하면서 연간 75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췄고,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만든 합작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연간 85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HPC 공장을 올 하반기부터 가동에 나섰다.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은 일찍이 석유화학(SK지오센트릭), 윤활유·윤활기유(SK루브리컨츠) 등을 넘어 전기차 배터리(SK온), 이차전지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업황…한신평 "공급부담 심화 가능성도"


다만 우려스러운 대목은 석유화학 업황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제품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가격)는 올해 1분기 평균 t당 278달러에서 3분기 180달러로 약 35%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335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46% 급락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통상 t당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은 높아진 반면, 경기침체가 진행되면서 화학제품 수요가 위축돼 원재료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석유화학업체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은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평가업계는 신중한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정유부문과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나프타 외에도 저렴한 잔사유·부생가스 등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어 석유화학사 대비 원가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에틸렌 시장은 산업 내 신규 설비 공급 확대, 수요 부진, 원가 상승 등으로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 이하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근래 순차적으로 완공된 신규 에틸렌 설비의 공급 부담은 내년 하반기부터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5년 이후에는 중국·동남아시아 중심의 신규 설비 공급으로 증설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점진적인 수요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샤힌 프로젝트 설비의 실제 상업가동 시점인 2026년에는 산업 전반의 공급 부담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신규 올레핀 설비도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투자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도 전기차 배터리 소재, 태양광 등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최대주주 리스크'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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