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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꼼수'도 필요한 법
최재민 기자
2022.11.24 08:08:44
가격인상 '적기' 놓친 이디야…합리적 결정 위한 냉철함 겸비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디야의 드림팩토리 전경. 사진=이디야.

[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식품업계는 제품 값을 올릴 때 1위 사업자가 가격을 인상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들이 가격을 올리면 후발주자들이 뒤따라 인상하는 게 일종의 관습이죠.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원재료비 압박이 거세진 지는 한참 됐지만, XX사가 가격을 올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한 식품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골자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시점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는 것. 이 법칙은 꽤나 합리적이다. 가격 인상의 배경이 한 회사만의 '투정'이 아닌 업계 전체적인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인 까닭이다.


즉, 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 시점에는 나름의 '적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 타이밍을 놓친 기업에게 남은 선택권은 두 가지다. 원재료비 압박을 감수하거나, 이미지 타격을 입고 홀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나름의 가격 인상 적기가 있었다. 국내 커피 업계 '공룡'인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는 올 초 아메리카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400원 올리며 가격 인상에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자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코리아, 폴바셋, 엔제리너스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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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내 점포 수 1위 업체인 이디야는 당시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다. 가맹점주와의 상생과 소비자 물가를 지키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간 7~8%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왔던 만큼 원자재값 상승 이슈를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디야의 예상은 빗나갔다. 국제 커피 가격은 올 초부터 10월까지 파운드당 200센트 이상의 가격을 유지했다. 이디야가 전성기를 누렸던 2017~2019년 국제 커피 가격이 파운드당 150센트 안팎에 머물렀단 점을 고려하면 3년만에 원재료비 부담이 30% 이상 불어난 셈이다. 결국 이디야는 최근 4년만에 제품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가격인상 적기를 놓친 이디야에게 돌아온 건 소비자∙가맹점주들과의 마찰이었다. 이디야는 당초 지난달 제품 가격인상 결정을 내렸지만 소비자∙가맹점주들의 반발로 잠정 보류했다. 이후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가격 정책 관련 투표까지 진행하며 간신히 인상 명분을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생산기지인 드림팩토리 구축 과정에서 생긴 재고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주력 제품인 아메리카노 가격을 동결하며 소비자 친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별 잡음 없이 제품 값을 올린 타사 대비 큰 수모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이디야도 다른 업체들처럼 '꼼수'를 부렸다면 어땠을까. 1위 사업자 등 뒤에 숨어 조용히 가격을 인상했다면 이처럼 많은 고정비 부담을 겪지도, 가격 인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노력을 쏟지도, 가맹점주와의 마찰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비자 친화 정책을 펼치려던 이디야가 되레 '악덕 기업' 프레임을 뒤집어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


때로는 '꼼수'도 필요한 법이다.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긴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디야에겐 분명 그 둘을 모두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물론 소비자와 가맹점을 위해 가격 인상을 숙고한 것은 박수칠 만한 일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냉철함'도 겸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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