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현대해상이 내년 하반기에 도래하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을 반드시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보수적 투자자금 운용 등으로 자본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콜옵션을 계획대로 실행할 경우 그간 재무적 부담 요소로 지적돼 온 하이브리드 위주의 자본비율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내년 8월 2건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도래를 앞두고 있다. 발행금액은 3600억원과 1400억원 등 총 5000억원이며 발행금리는 각각 4.90%와 4.34%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증권'으로도 불린다.

통상 만기는 30년 이상이며 변제우선순위는 후순위채 보다 뒤다. 만기에 재연장이 가능하고 반영구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주식과 비슷하다. 확정된 금리와 보통주나 우선주보다 변제순위가 우선이라는 점에서는 채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가 이를 번복한 흥국생명 영향으로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국내 자금시장 경색이 심한 상황에서 콜옵션 미행사로 해외 자본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콜옵션 미행사로 시중은행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국 금융기관들의 외화 자본성 증권에 대해 해외 시장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최근 일련의 콜옵션 미행사 사태가 국내 보험사의 자금조달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향후 신종자본증권 상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현대해상은 내년 콜옵션이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을 무조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보수적인 자산운영으로 현재 내년 콜옵션 예정인 신종자본증권의 상환을 진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여력을 갖췄다"며 "내년에 엄청난 재무적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콜옵션 이행은 무조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해상이 계획대로 콜옵션을 이행할 경우 그동안 재무적 부담으로 지적돼 온 높은 하이브리드 의존도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대해상의 신종자본증권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달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자본성이 낮아 자본의 질적 측면에서 보통주와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원금 상환 의무는 없어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이자에 해당하는 배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높은 하이브리드 의존도는 내부자본 창출능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인 자본적정성 유지에 부정적이라고 지적돼 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보험사 특성 상 책임준비금이 자금조달구성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RBC비율 규제 충족을 위해 후순위사채 및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다"며 "현대해상은 대형 손해보험사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높은 편으로,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은 자본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