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경석 기자] 미국 등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를 먼저 확정한 뒤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금융위가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릴레이 정책세미나'에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고 몇 달 뒤 이뤄지는 배당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다른 선진국과 같이 배당금액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법무부와 함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배당 제도는 상장 기업들이 매년 12월 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배당 기준일)한 뒤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12월말까지 배당권리를 지닌 주주는 1월에 주식을 판 경우에도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모순이 존재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금융위가 그동안 민간전문가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밑그림을 그려온 자본시장 국제 정합성 제고 관련 정책과제 초안을 공개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당 절차 선진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현금 흐름에 대한 권리 가운데 이익배당권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익배당은 핵심적인 주주 권리임에도 우리나라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가의 다수 기업들은 이익배당 시기와 주주총회 시기가 우리나라처럼 3개월씩 차이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의 배당시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상법 354조(주주명부의 폐쇄, 기준일)에 따르면 '주주 또는 질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날에 앞선 3월내의 날로 정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을 보더라도 상법은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후 배당 기준일을 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분기배당의 경우에 현재 선(先) 배당기준일 후(後) 배당액 확정만이 허용돼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국제적 관행과 우리나라의 배당제도가 차이가 있어 배당액을 확정하고 그 다음 배당 받을 주주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배당성향이 낮다고 해서 법제적으로 강제하기 보단 투자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회사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배당을 하느냐는 주주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가 되기에 어떠한 방식을 선택하는 지가 충분히 공시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국제평가기관 등도 이 문제를 정보 제공 측면이라고 보고 있어 사업보고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의 방식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