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몸값을 높여 IPO(기업공개)를 재추진하기 위한 복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지주사 전환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FI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교보생명은 내년 2월 이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하는 안건을 FI에 전달했다. 교보생명의 FI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05%), 어펄마캐피탈(5.33%), IMM PE(5.23%) 등이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은 교보생명을 인적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전해진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가 지주사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결정 뒤에는 신 회장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장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FI들과 풋옵션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신 회장은 FI들과 국제 중재와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FI들이 2019년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풋옵션의 유효성과 가격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교보생명은 이 때문에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교보생명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생명보험과 증권, 자산운용을 넘어 손해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IPO를 재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73.06%) 교보악사자산운용(50%)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의 라인업을 완성하기 위해 MG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주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더시트파트너스가 조성하는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인수 제안 금액이 500억~1300억원 수준으로 정해진 가운데, 교보생명이 인수금액의 3분의 2를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손보사 인수 계획과 관련해서 교보생명 측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손해보험사 인수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되거나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신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FI를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FI는 현재 교보생명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사실상 특별결의 통과는 어려워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면 IPO 추진하기 전에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FI 지분을 되사주고 분쟁을 끝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FI들로부터 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