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씨젠 등 코로나19 효과를 톡톡히 누린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내 매출을 떠받들고 있던 진단키트 수출이 올 3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접어들더니 지난달부터는 감소폭이 더욱 가파른 까닭이다.

19일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진단키트의 11월 수출금액은 1651만달러(약 21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6% 감소했다. 절대 금액으로 하면 약 953억원이 1년 새 증발한 셈이다.

국내외에서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기대감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수출 확대로는 이어지진 않았다. 구체적으로 진단키트 수출액 감소세는 올 3월부터 시작됐다. 3월 수출금액은 3552만달러(약 463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5.9% 감소했다. 이후 매월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11월에는 처음으로 80%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진단키트 무역수지도 4월을 기점으로 적자 행진이 시작됐다. 11월 누적 무역적자 규모만 1억2710만달러(약 1656억원)에 달한다.

진단키트 수출이 급감하면서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진단키트 기업들의 내년 실적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씨젠은 이미 3분기 연결기준 15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322억원)됐다.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7307억원에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 매출(1조3708만원) 돌파는 커녕 1조원 달성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던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진단키트 수출 감소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에스디바이오센서 역시 올해 성장을 끝으로 매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 관계자는 "위드코로나로 글로벌 진단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국내 진단기업 매출감소도 불가피하다"면서 "내년부터는 매출 반토막 기업들이 하나 둘씩 생겨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 기업들도 이 같은 우려 속에 다양한 생존전략을 검토 중이다. 씨젠은 미국 사업 진출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함과 동시에 쌓아둔 자금력으로 M&A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미 씨젠은 미국 법인장에 분자진단 전문가 리차드 크리거(Richard S. Creager)와 미국 법인장 의과학부문 총괄 글렌 핸슨(Dr. Glen Hansen) 박사를 영입을 모두 마친 상태다. 

씨젠 관계자는 "진단키트 수출 감소폭은 충분히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코로나19 이외 다른 진단제품 판매와 미국 사업 진출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 진행사항에 대한 질문에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은 계속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진행사항 등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도 미국 인체 진단기업 메르디안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메르디안 인수 기일은 내년 1월7일에서 같은달 31일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