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수혜 기대감에 카카오 강세…대주주도 ‘들썩’


[공진우 인턴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지난 7일 직접 언급한 가운데, ‘카카오 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의 주가가 이틀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규제 완화로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 의지를 공식 천명했다. 그는 이날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2건의 은행법 개정안과 3건의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 국회에 올라와 있는 관련 법안들의 다음달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등 규제 개선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해당 법안들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있는 지분 4%)에서 34% 혹은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청와대도 집권당에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증권가에선 은산분리 완화를 계기로 카카오뱅크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지분 58%)와 2대 주주인 카카오(지분 18%)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규제 완화로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이 늘어나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의 지분율이 높아져 사업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이 15%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금융지주의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본 확충을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해 온 바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 자본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산분리 이후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에 일부 지분을 넘기고 2대 주주 영향력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카카오뱅크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과 카카오뱅크 수익성 증가 기대감이 반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 확대가 지속될 경우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자체적으로 보유한 서비스들과 카카오뱅크 서비스를 연계해 유기적인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에선 텐센트가 설립한 중국 인터넷전문은행 ‘위뱅크’가 텐센트 고객을 기반으로 빅데이터 분석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000030)(지분 13.2%)과 KT(030200)(10%)가 각각 1, 2대 주주로 있는 케이뱅크 역시 규제 완화 시 KT가 대주주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케이뱅크의 경우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이익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간 케이뱅크 자금난의 근본 원인으로 꼽혀 왔던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될 경우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와 달리 유상증자에 성공했던 이유도 은산분리 제한을 받지 않는 한국금융지주를 대주주로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규모에 따라 자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은행 업종의 특성상 은산분리로 자본이 증가하게 되면 자산 성장이 용이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증자 불발 및 신규 대출 중단 사례가 있었던 케이뱅크 증자가 쉬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및 고객 기반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EC사, 통신사, 유통업계를 비롯해 온라인 증권사, 전업 카드사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참여 및 투자에 새롭게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톡이라는 기존 고객 기반과 시스템을 활용해 가파른 성장이 가능했다. 이와 관련해 예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적극적이었던 키움증권(039490)이 언급된다.


원 연구원은 “은산분리 완화로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것이며 과거부터 성공적으로 이뤄온 온라인 플랫폼 기술과 국내 1위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M/S) 기반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라며 “과거 2014년 12월 이러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고공 행진한 바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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