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티몬 인수할 필요있나
투입 자본 대비 실익 적어…M&A 전략과도 부합하지 않아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4일 17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롯데의 티몬 인수설은 양측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히며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다수의 전자상거래 업계 종사자들과 인수·합병(M&A) 시장 관계자들 역시 현재 시점에서 롯데가 티몬을 인수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와 티몬 간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롯데로서는 티몬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미 상당 부분 내재화했거나, 자체 역량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상황에서 티몬을 지분 100% 기준 1조원 중반에 달하는 가격에 인수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온라인 대응전략, 美 아마존 벤치마킹이 대세


현재 롯데를 필두로 한 다수의 '유통 공룡'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모델은 미국 '아마존'이다. 하지만 이들 유통 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아마존 모델을 지향하는지와, 아마존 모델이 실현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와 미국의 유통 시장 환경과 유통 업체들의 본질적 사업 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 관점의 한국 유통업은 부동산 임대업에 가까웠다. 백화점이 입점 브랜드사에 판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구조를 생각하면 쉽다. 반면 미국 유통업체들은 직접 구매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겨 왔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은 할인 행사가 미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안착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유통업체는 해가 바뀌기 전 최대한 재고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부동산 임대업형 유통 사업자는 '유동인구가 늘어난다→상품 판매량이 상승한다→매출이 늘어난다'는 공식을 따르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에 기존 유통업체들은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이 출현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식 유통업체들은 물류비와 인건비, 재고 관리비용 등의 측면에서 전자상거래 사업자들과 동등한 경쟁을 벌이기 어려웠다. 가까운 소매업체까지 차로 수십분을 달려야 하는 미국의 지리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집집마다 상품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유통업체들도 동일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내기 어려웠다. 자연스레 백화점과 마트의 집객 효과가 떨어지고, 성장세가 둔화되는 악순환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는 오프라인 유통업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직접 구매가 유리한 상품이 있고 ▲당장 필요한 상품은 결국 오프라인 상점을 찾아가야만 해서다. 전자의 경우 신선식품이나 의류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로 인해 면대면 판매만 가능한 술·담배도 전적으로 오프라인의 영역이었다. 시간적 제약의 문제는 특히 미국과 같은 환경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배송 기간이 수십일에 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나마 빠른 배송 서비스는 수십 달러를 지불해야만 한 까닭이다.


이런 '아킬레스 건'을 극복케 한 사업자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비용적 측면과 시간적 측면에서 배송의 혁신을 이뤄냈다. 심지어 해외 구매자들에게도 적게는 10달러에도 미치지 않는 비용으로 상품을 직배송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전역에 물류 창고를 설립한 뒤 자체 상품과 입점 사업자들을 대거 채워넣었기에 가능했다. 주문이 들어올 경우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배송하고, 경우에 따라서 물류창고간 상품을 이동시키기도 한다.


자체 재고 확보는 상당한 자본력을 필요로 하지만 전방위적인 수요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 규모 온라인 사업자들을 입점시키는 것이다. 배송이나 고객 응대는 아마존이 직접 책임진다. 이른바 '풀필먼트(Fullfilment)' 서비스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하는지가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아마존 모델, 국내 시장 적용에는 한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내 유통업체들이 아마존 모델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아무래도 자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시장의 환경을 고려할 때 아마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경우 익일 배송이 보편화돼 있고, 고객이 직접 배송비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몇천원이면 그만이라서다.


풀필먼트 역시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쿠팡이나 티몬 등이 아마존의 모델을 차용해 자체 재고로 수요에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해 놓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체 재고로 발생하는 매출은 수익성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들에 비해 단가 협상력이 떨어지는 데다 고객들의 선호도를 읽는 역량에 한계가 있어서다. 다수의 현업 종사자들은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롯데가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티몬을 인수하는 것은 실익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티몬을 인수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기존의 티몬 사용자를 끌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티몬의 기존 고객들에게 롯데 계열사들이 제조하거나 유통하는 제품과 상품을 판매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 계열사들이 '바잉 파워'를 확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그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자상거래의 또다른 성공 요인 중 하나인 물류는 이미 롯데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택배(법인명 현대로지스틱스)가 전신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단순한 택배 사업체에 그치지 않고 3자물류와 물류센터 운영 등 물류와 관련한 대부분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티몬 M&A로 얻을 수 있는 역량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티몬 인수, 롯데 M&A 전략과도 동떨어져 있어


인터넷 또는 모바일 기반 사업체의 M&A 경향을 살펴봐도 티몬 인수는 실익이 적다는 평가다. 이들 사업체 M&A는 단 하나의 원칙에 따라 성사된다. 1위 업체이거나 유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인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인터넷·모바일 사업체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기업을 제값에 인수한다는 기조 아래 M&A 전략을 구사해왔다. KT렌터카(현 롯데렌탈)나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M&A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용자 확보 차원의 M&A라고 가정할 때 티몬이 전자상거래 서비스 가운데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충성도(재구매율)나 1인당 구매금액이 가장 높지도 않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같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한다면 비슷한 서비스를 자체 역량으로 구현하는 것이 시간 문제일 뿐,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롯데가 온라인 전자상거래 분야에 안착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들의 좁아진 입지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전자상거래 진출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주도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시키려 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롯데의 이같은 시도는 국내 유통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최선이라는 평가가 많다.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인프라 등을 최대한 활용한 가운데 온라인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리적으로나 인구통계학적으로나 한국과 비슷한 일본만 하더라도 오프라인 유통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픈마켓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자금력이나 의지를 고려할 때 M&A를 통한 전자상거래 시장 안착 노력이 전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막상 M&A를 단행하기로 마음먹으면 무서울 정도의 추진력을 발휘하는 롯데의 성향을 고려할 때 (티몬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를 더 큰 금액을 들이더라도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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