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비 쟁탈전
현대건설에 뺨맞은 GS건설, 지방서 앙갚음
③대전 장대B구역‧경기 광주 고산2지구 수주…특화설계로 조합원 공략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17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래미안을 앞세워 전국의 정비시장을 휩쓸었던 삼성물산이 자취를 감춘 뒤, 그 빈자리를 놓고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은 GS건설과 현대건설이다. GS건설은 래미안에 버금가는 브랜드 ‘자이’를 앞세워 설계 부문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반면 후발주자인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최고 신용등급을 앞세워 자금조달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양측의 경쟁이 촉발된 시점은 반포 주공 1단지(1, 2, 4주구)다.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한남 3구역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하향세를 타고 일감도 점차 줄어들면서 이들의 물고 물리는 경쟁은 단순한 사업 수주를 넘어 이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의 경쟁 스토리를 담아봤다.


[딜사이트 박지윤 기자] 현대건설과 갈등이 격화된 GS건설은 와신상담하며 칼을 갈았다. 현대건설이 공을 들인 지방 사업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두 건설사는 대전 재개발 최대 사업장으로 꼽히는 장대B구역에서 결전을 벌였다.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은 공사비 7323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도시정비시장의 일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두 건설사가 놓칠 수 없는 사업장이었다.


대전 유성구 장대B구역 재개발사업 예상 조감도. <사진제공=GS건설>

특이한 점은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택했고 GS건설은 단독 시공사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아파트 브랜드로 힐스테이트를 사용하는 데 협의하고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계룡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장대B구역사업 제안서를 조합에 제출했다. 단독 입찰하는 것보다 지역의 특징을 잘 아는 시공사들과 함께 할 경우 사업 리스크를 낮추고 사업 수행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GS건설은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다국적군을 상대하는 GS건설은 현대건설 컨소시엄보다 매력적인 제안서를 만들어 승부를 걸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보다 공사비를 낮게 제시하면서 더 나은 설계와 많은 품목을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3.3㎡당 공사비를 450만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GS건설은 이보다 5만1000원 낮은 444만9000원으로 전체 연면적으로 환산하면 80억원 이상 절감한 공사비를 제안했다.


그 결과 장대B구역 시공권은 GS건설에게 돌아갔다. 지난 7일 장대B구역 조합원 455명의 투표 결과 GS건설은 246표를 받아 현대건설 컨소시엄(197표)을 49표 차이로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입찰에서 경쟁자가 없어 2회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다가 승기를 뺏겼다고 평가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입찰에 참여하면서 경쟁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품질에 비해 공사비를 넉넉히 책정해 수익성을 높였다”며 “하지만 갑자기 GS건설이 등장해 더 낮은 공사비에 더 많은 품목을 담은 제안서를 내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GS건설이 사전에 입찰 참여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데다 단독 참여는 더욱 예상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은 정비업계에서 경쟁관계인 건설사에 복수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며 “특히 경쟁사가 제안한 공사비에 특화설계안을 제안해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은 뒤 판도를 바꾸는 것이 주특기”라고 평가했다.


GS건설은 경기 광주에서도 현대건설과 맞붙어 시공권을 쟁취했다. GS건설은 지난 10월 현대건설을 제치고 경기 광주 고산2지구 C1‧2‧3‧4 블록 주택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고산지구는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4000여 가구를 분양한 태전지구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GS건설도 태전지구에 자이 아파트를 공급했지만 600여가구에 불과했다. 현대건설에 비해 지역 내 브랜드 영향력이 낮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시공권을 가져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일감이 줄면서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적극적으로 지방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건설이 관심을 가지는 지방 사업장에 GS건설이 경쟁사로 등장해 사업을 수주하면서 두 건설사의 신경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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