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무슨 일이
신동빈의 마지막 자존심 '롯데캐피탈'
⑥'계륵' 손보·카드 매각에도 캐피탈은 보유···금융통 명성에 흠집, 일본기업 논란도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3일 13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캐피탈


[딜사이트 김승현 기자] 자타공인 '금융통'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금산분리 규제에 막혔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모두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지주는 그룹 내 '계륵'으로 꼽히던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외부매각을, '알짜'로 평가받는 롯데캐피탈은 내부매각을 결정했다. 


물론, 신 회장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롯데캐피탈을 일본 롯데파이낸셜에 넘기는 등 금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롯데캐피탈을 제외하고 매각 전 금융계열사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에서 신 회장은 체면을 구겼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콜롬비아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신 회장은 롯데그룹 근무 전인 1981년부터 약 8년간 노무라증권에 몸담았다. 신 회장의 경력과 롯데의 막강했던 유통 채널이 금융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했으나, 이제 제대로 된 금융 계열사는 롯데캐피탈만 남게 됐다. 


◆ 신 회장의 아픈 손가락 '롯데카드·손보'


신 회장은 금융업에 대한 남다른 욕심을 보였다. 그는 그룹 부회장 취임과 동시에 '금융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카드와 보험업에 진출하는 등 금융 계열사 확장에 힘써왔다. 


2002년에는 동양카드를 인수해 현재 롯데카드를 만들었으며, 2007년에는 대한화재를 인수해 현재 롯데손해보험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1995년 롯데가 설립한 롯데캐피탈까지 금융계열사들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의 롯데 금융제국 설립에 대한 포부는 얼마 가지 않아 규제에 부딪혔다. 2017년 10월 롯데쇼핑과 롯데푸드 등의 투자 사업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출범하면서 금융 계열사를 매각해야 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가 금지돼, 지주 출범 후 2년 이내에 금융계열사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


결국 롯데지주는 지난해 5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했다. 롯데카드는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에 각각 매각가 1조3810억(79.83%), 3734억원(53.49%)에 매각했다.


금융계열사 매각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매각 직전 금융계열사의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매각 직전분기인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별도)은 각각 337억원, 81억원으로, 2018년 1분기보다 38.16%, 27.37%씩 감소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롯데손보 3.1%, 롯데카드 9.3%로, 영업 개시이래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양사의 자본적정성 지표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재무상태도 좋지 않았다. 매각 당시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 163.2%로, 중소형 손보사 평균인 184.2%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롯데카드도 레버리지배율 5.8배로, 규제수준인 6배 직전까지 증가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금융 계열사들의 부진은 신 회장의 자존심에 흠집을 냈다. 


다만, 롯데지주는 금융사의 지분을 완전 매각하지 않았다.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호텔롯데는 롯데손보 지분 5.02%를 들고 있다. 지주회사가 아닌 자회사는 비계열 금융사의 지분을 소액 보유할 수 있다.


특히 다량의 지분을 남겨둔 롯데카드에 대해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의 경영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며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금융통의 자존심 '롯데캐피탈' 


롯데캐피탈 내부매각은 일본 롯데파이낸셜에 지분을 넘기는 것으로 정리됐다. 경영은 일본 롯데가, 영업장은 한국이 되는 구조가 됐다. 롯데캐피탈의 배당관련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국부유출 논란까지 이어졌다. 덤으로 롯데의 '일본기업' 꼬리표도 길어졌다.


그럼에도 롯데지주는 롯데캐피탈을 품고가기로 했다. 알짜배기 금융사를 통해 신 회장의 자존심도 회복하고, 지주 전략도 수립하기 위한 선택이다. 더불어 롯데그룹의 롯데캐피탈에 대한 애착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캐피탈은 1995년 롯데그룹이 직접 설립한 첫 금융사이기도 하다  


당초 롯데캐피탈은 롯데카드, 롯데손보와 패키지 매물로 시장에 나왔으나, 곧 매각이 보류됐다. 롯데캐피탈이 알짜매물로 평가받으면서 시장 반응이 뜨거운 것을 확인한 롯데지주가 롯데캐피탈을 계속 품고 가기로 한 것이다.


롯데캐피탈은 그룹 내 '계륵'으로 꼽히던 롯데카드, 롯데손보와 달리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가진 효자회사로 평가받는다. 2016년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익(별도)을 기록했으며, 지난해도 911억원의 순익을 냈다.


특히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기반으로 유동성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자산(8조3118억) 중 약 16.5%가 현금성자산이다. 같은 기간 1년 이내 만기 도래 자산/부채 비율은 161.9%로, 경쟁업체들의 평균 128%에 비해 자산부채 만기가 안정적으로 대응되고 있다. 경쟁 심화와 규제 등으로 전망이 어두운 카드업과 보험업에 비해 캐피탈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롯데캐피탈의 최대주주가 된 롯데파이낸셜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금융계열사다. 사실상 그룹 내 외국계 회사로 지분매각 시 금산분리법에 걸리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롯데캐피탈 '내부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현재 롯데파이낸셜의 대표이사는 '신동빈의 남자'로 알려진 코바야시 마사모토가 맡고 있다. 그는 롯데캐피탈 설립부터 지난 2006년까지 12년간 롯데캐피탈 사장을 역임했으며, 롯데홀딩스 최고 재무책임자(CFO)다. 특히 신 회장의 측근으로, 한-일 롯데 자금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캐피탈이 계속 신 회장 손안에 있으면서, 롯데그룹 내 유일한 금융사의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캐피탈의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롯데캐피탈에 대한 롯데지주의 계열지원 가능성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롯데파이낸셜이 롯데홀딩스의 손자회사라는 점을 고려해, 그룹의 지원가능성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롯데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해 1노치(notch) 상향돼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은 패키지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당시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수익성과 미래성이 검증됐다"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롯데 내 계열사가 보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내부매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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