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 눈치 본 보험사, 배당총액은 늘렸다
손보사 배당총액 1000억 이상 증가…배당자제령 vs 주주친화정책 '줄타기'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5일 15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신수아 기자]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으로 보험사들은 배당성향을 보수적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반사이익으로 연간 순이익이 크게 늘어, 배당총액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한해 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은 지난해와 비교해 많게는 20%p, 적게는 2~3%p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를 이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보험사의 배당성향은 현재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연결' 기준 순이익을 기준으로 환산됐다. 금융당국은 연결 재무제표가 도입된 이후, 배당성향을 연결기준으로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3년 평균, 혹은 평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새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손보사는 배당성향을 일괄 하향 조정했다. 삼성화재는 56.2%에서 49.4%로, 현대해상은 26.1%에서 23.9%로, DB손보와 메리츠화재 역시 25.1%에서 23.4%, 39.2%에서 35%로 각각 낮췄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상장 손보사 대부분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2000억원 까지 늘어난 상황.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는 손보사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통한 주가 부양을 위해서라도 고배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보험사의 경우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수적인 배당성향은 당국의 권고와 주주환원 정책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을 손보사들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다만 손보사들의 배당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 배당금의 총액인 '배당총액'은 전년 대비 늘어난 것. 삼성화재의 배당총액은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3741억원, 현대해상은 13.1% 증가한 794억원, DB손보는 39.2%증가한 1321억원, 메리츠화재는 무려 64.8% 증가한 1511억원으로 각각 결정됐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손보사의 경우, 배당성향을 평년 수준 결정했어도 오히려 배당규모는 늘어나게 된다. 배당성향은 얼마나 기업이 주주친화적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표다. 하지만 배당성향이 반드시 배당 수익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당 수익률(시가배당률)을 기준으로 투자자금 대비 배당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배당기준일 주가의 몇% 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배당성향은 낮아졌으나, 배당총액이 커진 손보사의 경우 배당수익률은 전년 대비 높아졌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대비 각각 1.1% p 오른 4.5%(보통주 기준),  4.3%를 기록했으며, DB손보는 2.2%p 증가한 4.9%, 메리츠화재는 3.1%p 늘어난 7.9%를 각각 기록했다. 배당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주주 친화 정책의 방향성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를 지키는 동시에 주주 가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둔화되는데다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생보사의 경우, 배당총액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배당성향을 조정했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생보업계는 정부의 권고 사안을 준수하는 동시에 주가 하락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이를 결정했다는 풀이다. 


삼성생명이 32.8%로 지난해 48.7% 대비 16%p가 낮아졌으며, 한화생명이 지난해 22% 에서 9.3%로 각각 낮아졌다. 보통주와 종류주를 차등 배당하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해와 1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100원, 종류주 710원으로 각각 동일하게 결정했으나, 연결기준 수순이익 전년대비 급감하며 배당성향은 35.2%에서 35.5%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배당총액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인 삼성생명 4789억원, 한화생명 225억원으로 결정됐다. 미래에셋생명의 배당총액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100억원 줄어든 283억원, 동양생명 역시 15억원 줄어든 343억원으로 공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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