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뉴욕호텔, 9000억 인수→장부가 180억 '추락'
코로나19 여파에 손상차손 눈덩이...반등 절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1일 16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사진=호텔 홈페이지 캡처)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호텔(뉴욕팰리스)이 호텔롯데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피인수 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을 뿐더러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 심대한 타격을 입으면서 미래 사업가치 마저 훼손돼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뉴욕팰리스를 지배하는 롯데호텔홀딩스USA(롯데USA)의 장부가를 지난해 초 3323억원에서 연말 181억원으로 조정했다. 자회사에 3142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을 반영한 것이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 중인 유·무형자산의 가치가 장부가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상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보유 유형자산 등으로 향후 창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악화될 징후를 발견하면 해당 자산에 대해 손상검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자산을 통한 미래 현금흐름(사용가치)과 해당 자산의 매각가치 등을 고려해 '장부가격'을 '회수가능 가격'으로 수정하고 두 가격 간의 차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한다. 손상차손이 반영되면 상각된 가액은 자산과 영업외비용에 각각 녹아들며 기업의 자산과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롯데USA에 가해진 손상차손은 사실상 이곳의 자회사 뉴욕팰리스에 반영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서 호텔롯데는 2015년 뉴욕팰리스를 사들일 당시 자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롯데USA를 세웠고 이곳에 4665억원을 출자했다. 롯데USA는 이 돈으로 뉴욕팰리스 인수액(9433억원) 중 일부를 댔다. 남은 대금은 뉴욕팰리스가 현지 금융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고 호텔롯데가 지급보증을 서주는 형식으로 치렀다.


뉴욕팰리스의 자산가치 급감 배경은 롯데에 인수 된 후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뉴욕팰리스는 2015년 8월 31일자로 호텔롯데 계열에 편입된 이후 4개월 간 8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후에도 뉴욕팰리스는 300~500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내왔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정상영업을 못하는 지경에 처하면서 3087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은 면세나 호텔업 등에 대해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아주 보수적으로 손상검사에 나선 결과"라면서 "다만 추후 코로나19 종식으로 뉴욕팰리스의 경영환경이 나아진다면 반영된 손상차손이 환입 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상차손은 회계적 손실로 현금의 유출을 동반하는 손실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팰리스의 장부가가 사들일 당시 대비 3.9%까지 떨어진 것은 롯데그룹에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롯데가 뉴욕팰리스 인수에 나선 목적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가 부지가 포함되지 않은 호텔 건물에만 9433억원을 쏟은 이유는 크게 사업적 가치·신 회장의 입지 강화 등 두 가지로 꼽힌다.


먼저 뉴욕팰리스는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격 호텔로 손꼽힌다. 때문에 당시 업계는 글로벌 호텔사업 강화를 꿈꾸던 호텔롯데가 뉴욕팰리스에 관심을 가진 게 당연하단 반응을 보였고 이곳이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예상도 하지 못했다.


뉴욕팰리스는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한몫한 곳이기도 하다. 뉴욕팰리스 인수 당시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롯데 형제의 난'을 치루고 있었다. 경영권 분쟁은 호텔롯데 대주주인 일본 롯데 측이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끝났는데 이 배경에는 한국 롯데가 신 회장 주도로 사업반경을 넓힌 데 높이 평가한 요인도 컸다. 신 회장은 2010년 이후 경영에 나서면서 뉴욕팰리스를 비롯해 롯데하이마트, 롯데렌탈, 타이탄케미칼 등 굵직한 M&A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뉴욕팰리스는 IPO를 앞군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재료였고 신 회장에겐 내수에 치우친 롯데그룹의 사업반경을 해외로 넓히는 차원에서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태만 보면 뉴욕팰리스는 이러한 기대치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면서 GS마트(현 롯데마트)에 이어 롯데그룹의 M&A 흑역사 중 하나가 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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