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I&C는 왜 '공모'로 BW를 발행할까
회사채 투기등급 B+ , 까스텔바작 전례도 영향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17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신진섭 기자] 형지아이앤씨(형지I&C)가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다. 유상증자의 경우 원금 보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손쉽다고 여겨지는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한 사모 조달은 계열 관계에 있는 까스텔바작의 전례로 여의치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26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형지I&C는 신한금융투자 주관으로 3년 만기 일반공모 BW 15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다. 청약은 5월 31일과 6월 1일 양일간 실시되며 납입일은 6월 3일이다. 공모로 발행되는 까닭에 사채와 신주인수권(워런트)은 분리가 가능하다.


발행 예정인 형지I&C BW의 표면이자율은 2%이다. 이에 따라 BW를 매입한 투자자는 원금의 2%에 해당하는 이자를 3개월마다 지급받게 된다. 만기시까지 사채를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원금에 4%의 금리(만기이자율)를 적용,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투자자들은 BW 발행 1년 6개월 뒤부터 발행사(형지I&C)에 원리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적용되는 금리는 만기이자율과 동일한 4%다.


신주인수권 행사는 발행 1개월 뒤부터 가능하다. 행사가액은 1925원이다. 다만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최초 행사가액의 70%인 1348원까지 조정(리픽싱)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삽입돼 있다.


형지I&C는 공모 BW 발행을 위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NICE)신용평가로부터 B+(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B등급은 통상 투기 등급으로 분류돼 공모 회사채 발행은 불가능하다고 간주된다. 신평사들은 ▲형지I&C의 브랜드 파워가 중위권에 그치며 ▲유통망이 백화점에 집중돼 있고 ▲저조한 수익성으로 인해 재무 안정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B+ 등급을 제시한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형지I&C 실적은 2017년을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671억원으로 2016년 1286억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손실액이 53억원이었다.


형지I&C가 공모 BW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같은 대내외적 환경이 종합적으로 고려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입성 조달의 경우 차주를 구하기 쉽지 않고 결국 지분 전환에 따른 추가 수익 기회를 제공해야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마저도 신속하게 자금 조달이 가능한 사모가 아닌 절차가 복잡하고, 적잖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공모를 택해야만 했다.


특히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같은 FI들이 형지그룹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형지그룹이 단행한 인수·합병(M&A) 과정에 FI로 참여한 투자자들이 썩 좋지 못한 성과를 내고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하게 된 까닭이다.


형지그룹은 지난 2016년 JKL파트너스·신한자산운용을 FI로 영입, 프랑스 골프의류 업체 까스텔바작을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전량을 소유한 법인 패션그룹형지였다.


까스텔바작은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FI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다 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며 FI들이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패션그룹형지가 투자 원금에 연복리 투자 원금에 연복리 8%를 가산해 FI들의 지분을 되사주며 가까스로 FI들을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키기로 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상황도 녹록지는 않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은 328억원 가량이지만, 까스텔바작 등 종속회사를 제외하면 95억원에 불과하다. FI의 풋옵션(Put option, 매수청구권)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약 4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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