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M&A
네이버 등판, 승자 결정 최대 변수
물류 역량 강화 필요한 네이버,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1일 13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월 16일 진행된 신세계-네이버 사업제휴합의서 체결식 / 출처=네이버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는 신세계그룹의 우군으로 등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와 네이버 두 회사는 모두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선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둘의 연합이 성사될 경우, 이베이코리아 M&A는 주식을 교환하며 동맹 관계를 맺은 네이버와 신세계가 시도하는 첫 대형 딜로 기록된다.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각 15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네이버 주식과 바꿨다.


이번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M&A 참여 가능성은 이들 혈맹 활동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와 네이버가 원하는 장점을 모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오프라인 물류 경쟁력 절실


배송 인력과 전국에 퍼진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쿠팡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 쿠팡만큼 빠른 배송을 시현하는 경쟁사는 없다. 쿠팡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기 위해 올해 상장에서 조달한 자금 중 대부분을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자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7% 수준으로 1위에 해당하지만, 물류 인프라만 두고 보면 쿠팡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다. 때문에 네이버는 최근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직접 물류센터를 짓기보단 여러 기업과 협업을 핵심 전략으로 두고 있다.


또 다른 네이버의 혈맹인 CJ대한통운은 이르면 오는 8월 용인에 대규모 저온 풀필먼트 센터 운영에 돌입한다. 그리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식품업체가 이를 임대해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통해 신선식품에 대한 풀필먼트 유통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신세계의 인수 파트너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도 바로 이베이코리아의 물류센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생필품과 일반 상품을 중심으로 동탄, 백암, 인천 등 물류센터 세 곳에서 3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명 스마일배송은 배송대행과 위탁, 이커머스 주문 처리를 연동한 풀필먼트 서비스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을 통해 소상공인의 비대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 출처=네이버

네이버쇼핑은 오는 2025년까지 지금의 10%대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7월 네이버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센터를 열 예정이다. 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CJ대한통운 외의 대형 파트너가 필요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며, 신세계가 인수를 추진 중인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에게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했다. 때문에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M&A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 회계법인의 M&A 담당 임원은 "이베이코리아의 물류센터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쿠팡과의 물류 경쟁력 격차를 단번에 좁힐 수 있게 된다"면서 "이미 주식 교환 등으로 신세계와 합을 맞추는 네이버가 이번 M&A를 예의 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거대 이커머스 연합 출현 가능해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점유율은 12% 전후로 쿠팡의 13%에 조금 덜 미친다. 그러나 쿠팡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그 격차는 올해 더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신세계, 네이버, 이베이코리아로 이어지는 유통 강자의 연합전선이 구축되면 쿠팡도 버거운 경쟁을 해야만 한다. 신세계는 명품과 일상용품, 그리고 신선식품을 아우르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고, 네이버는 대규모 개발 인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친화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20조원의 거래액을 소화한 이베이코리아는 강력한 풀필먼트 사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셋의 연합은 쿠팡의 장점인 빠른 신선식품 배송과 최저가 경쟁력 등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른바 구독 서비스에서도 쿠팡이 밀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월마다 2900원을 내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멤버십에 가입한 구독자는 배송비와 배송 속도 등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구독자는 특정 제품에 대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로켓와우 구독자는 쿠팡이 론칭한 OTT인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아마존은 구독자에게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출처=아마존

이 같은 전략은 아마존이 멤버십을 활용해 고객을 아마존 생태계 내에 머물도록 하는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생태계가 넓을수록 구독료가 저렴할수록 이 고객 락인(Customer lock-in) 효과는 극대화된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응수하고 있다. 월 4900원의 이 멤버십 가입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최대 5%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더불어 티빙 이용권, 네이버 웹툰 및 시리즈 포인트, 네이버 시리즈온 영화, 네이버 콘텐츠 체험팩 등 여러 혜택 중 하나를 매월 골라 쓸 수 있다.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이커머스 역량을 확장하는 네이버가 생태계 확장 측면에서 쿠팡보다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은 이 같은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전략 때문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충성 고객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네이버의 멤버십 혜택에 다른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포함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신세계·네이버 동맹 가능성에 인수후보 촉각


규모의 경제가 곧 시너지인 유통 산업에서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와 온라인 강자인 네이버의 연합은 다른 인수후보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확고한 1위가 등장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경우 11번가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있는 11번가나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 롯데온 등은 역전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물류센터에 투자한 한 인프라펀드 운용사 대표는 "더 많은 주문을 받을수록, 더 넓은 물류센터를 확보할수록 상위 사업자와 기타 사업자 간 수익성은 점차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 바로 이커머스"라며 "네이버와 주식 교환으로 관계를 공고히 한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얻을 게 가장 많기 때문에 인수 가격 제안도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SK텔레콤이나 롯데의 경우 신세계를 인식해 자칫 과도한 가격을 제시하게 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점유율은 확대했지만, 정작 수익성은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은 6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지난 3월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며, 신세계, SK텔레콤, 롯데쇼핑, MBK파트너스 등이 적격인수후보(short list)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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