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앞둔 최병오 회장, 승계 뜸들이기?
주력계열사 3곳 직접 경영…두 자녀 두고 승계 막바지 담금질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2일 16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사진)이 주력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를 겸임한다. 일흔을 앞둔 고령의 나이에도 승계 대신 본인이 경영 전면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사측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입장인 반면, 재계에서는 경영승계를 앞두고 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형지그룹 창업주 최병오 회장은 패션그룹형지(형지어패럴)와 형지엘리트에 이어 형지에스콰이아 대표로도 선임됐다. 형지그룹 주력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를 모두 맡은 셈이다. 형지에스콰이아는 다음달 하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최 회장을 대표이사에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1953년생으로 내년 일흔이 되는 최 회장은 "에스콰이아는 올해를 제 2도약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형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대외 환경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창업자가 직접 비즈니스를 이끄는 책임경영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경영승계대신 본인 스스로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승계를 위해 자녀들의 경영수업까지 주도했던 점과도 대조된다. 


일각에서는 일찍이 최 회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장녀 최혜원 형지I&C 대표가 빼어난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1980년생인 최혜원 대표는 지난 2016년 형지I&C 수장으로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형지I&C는 최 대표의 부임 이후 부진하기 시작했다. 매출액만하더라도 2016년 역대 최고치인 1286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제 2017년 1135억원, 2018년 1088억원, 2019년 102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4.2%나 주저앉았다. 영업이익도 2016년 이후 2019년(영업이익 5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였다. 이같은 침체는 올해 1분기에도 지속됐다. 매출액은 1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 감소했다. 영업손실 4억원, 당기순손실 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을 대폭 줄이긴 했으나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혜원 대표의 동생이자 최 회장의 장남 최준호 부사장이 최근 골프웨어브랜드 까스텔바작의 대표로 선임됐다. 1984년생인 최준호 대표가 한창 떠오르는 계열사까지 맡게 된 것은 최 회장에서 2세로 향하는 경영승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최 회장은 지배구조 정점에 서있는 패션그룹형지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의 지분만 87.95%로 압도적인 최대주주다. 자녀인 최혜원 대표와 최준호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7.32%, 4.73%다. 그간 최혜원 대표가 먼저 경영일선에 나서며 후계자로 평가받아왔지만, 최 회장의 안배에 따라 그룹 후계구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최 회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장녀 최혜원 형지I&C대표가 수년째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고 장남 최준호 부사장도 최근 골프웨어브랜드인 까스텔바작의 대표로 선임된 상태"라며 "최 회장 입장에서는 책임경영이란 미명아래 경영승계에 대한 막바지 담금질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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