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경영 시동
계열사 나눈 삼형제, 경영능력 시험대
⑤제조·금융·레저 영역 나눠 책임경영...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아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0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계열사 재편과 최고경영진(CEO) 인사를 통해 3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는 그룹에서 각각 제조·금융·레저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재임 40여 년 동안 한화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어 오너가 3세 경영을 통해 재도약의 변환점을 맞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그룹의 3세 경영 준비상황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재편 현황을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한화그룹 3세들이 서로의 승계 영역을 명확히 나누면서 독자 책임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그룹의 뿌리 산업을 책임지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부문을 맡았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는 장기인 승마를 살려 레저부문을 담당한다.


최근 한화금융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졌는데, 시장은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독자 경영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세 형제가 영역은 나눴지만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형제가 한화그룹에서 가져갈 영역을 분명히 하고 독자 경영을 준비를 마쳤다. 세 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를 통해 한화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영역을 나눔으로써 향후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제조, 금융, 레저·유통부문으로 나뉜 김동관·동원·동선 오너가 3세는 ㈜한화 지분을 각각 4.44%, 1.67%, 1.67%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삼형제는 ㈜한화 지분을 총 15.11%까지 확보했다.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은 22.65%다.


◆ 삼형제 독자영역서 경영능력 발휘


한화그룹의 뿌리는 화약, 화학, 방산 등으로 이어지는 제조업이다. 최근 제조업을 넘어 우주, 수소, 소프트웨어 등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그 근간은 역시 제조업에서 출발한다.


한화그룹 3형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왼쪽),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가운데),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오른쪽)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처음부터 한화의 비금융 분야, 즉 그룹의 뿌리사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2010년 ㈜한화에 입사한 이후 2013년 한화큐셀로 자리를 옮겨 태양광 사업을 담당했다. 한화큐셀에서 상무, 전무를 거쳤으며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한화솔루션이 탄생한 2020년1월에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이 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주목할 점은 김 사장이 최근 한화에서 미래사업인 우주, 수소사업의 대표자로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우주 사업과 수소 사업은 한화가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당장 수익성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미래 먹거리로 한화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김 사장은 기업의 미래 사업을 이끌며 승계구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 사장 이외에도, ㈜한화 전략부문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 직을 맡고 있다.


차남 김동원 부사장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2014년 회사 경영에 처음 참여했다. 당시 한화생명 디지털팀 팀장을 맡아 디지털 사업을 이끌었다. 김 사장은 2017년 한화생명 디지털담당 상무를 거쳐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으며, 올해 7월 디지털 담당 부사장이 됐다. 그는 2019년부터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형인 김동관 사장에 비해 아직은 두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김 사장은 태양광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놓고 흑자전환 등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김동원 부사장은 디지털 사업성과가 이제 나타나는 수준이다. 한화생명의 주력인 보험 등이 대면 영업을 중요시해 디지털로의 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적다는 점은 약점일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산업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CDSO를 맡은 김 부사장의 역할이 계속 강조될 전망이다. 2014년부터 디지털을 담당해왔기에 이제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기대해볼 만한 것은 핀테크다. 김동원 부사장은 디지털 사업 초기부터 핀테크를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토스뱅크의 출범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토스뱅크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근 출시한 MZ세대를 겨냥한 구독보험, 온라인 전용 암보험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을 통한 사업 확장이 새로운 고객 유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형제 중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는 가장 늦게 경영에 합류했다. 특기인 승마를 살려 승마선수의 길을 걸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으며, 2010년, 2014년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으나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김 상무는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으나, 2017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후 개인사업, 사모펀드 등을 거쳐 지난해 한화에너지에 다시 입사했고 올 상반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자리를 옮겼다. 김 상무는 전공분야인 승마를 살려 레저와 유통분야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김 상무가 경영능력을 입증하기에 최적의 분야로 꼽힌다. 최근 불안한 재무구조에 허덕이며 사업 개편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19년과 2020년 순손실액이 매년 14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올해도 지난 상반기까지 순손실이 4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490%였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들어 551%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적자 속에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아쿠아리움 사업과 외식서비스업을 물적 분할해 각각 아쿠아플라넷과 더테이스터블을 설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물적분할한 사업부에 대한 매각 이야기도 나온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력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위탁급식, 식자재 부문을 물적분할해 매각한 이력도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지만, 개편이 완성되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김 상무는 본인의 장점을 살린 경영을 시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장남과 차남이 장악한 분야 이외의 곳에서 전공을 살려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것이다. 김 상무는 주 전공인 승마사업 이외에도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경험도 있다. 


◆ 지주사 형태 지배구조, 신사업 진출 '주목'


김동관 사장이 비금융 분야에서 한화그룹을 이끌어가고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분야를 이끌면서 각자의 영역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된다. 


지난 8월 한화자산운용이 한화그룹의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한화투자증권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그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당시 지분 인수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는 한화생명을 최상단으로 하는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 구조가 완성돼서다. 한화생명의 지분만 확보할 수 있다면 한화그룹의 금융업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분야를 맡은 김 부사장은 삼형제 중 유일하게 한화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분율은 0.0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 확보만 이뤄진다면 계열분리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은 한화그룹의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하며 금융계열사를 떼어내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 지주사 전환으로 한화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통한 계열분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면서 "삼형제 입장에서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 경영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에는 한화가 이미 지주사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한화그룹은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그러나 ㈜한화가 최정상에서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오너가 최정장에 위치한 회사만 지배하면 나머지 자회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는 지주회사의 장점을 이미 취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상반기 한화 사업별 손익 내역(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한화그룹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할 시 오히려 제약도 많아진다. 우선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자회사로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계열분리 명분을 얻을 수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떼어내야 해 그룹 가치가 낮아지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기업의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투자도 어려워진다. 지주회사의 경우 새로 도입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증손회사의 경우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한다.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M&A 할 경우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해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주·수소 등 신사업 진출로 활발한 M&A를 진행하고 있는 한화에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신성장 동력으로 미래사업을 꼽은 가운데 투자에 제한이 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승계 차원에서도 지주사 전환은 좋은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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