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라진 인식, 높아져야 할 책임감
진행 중인 기업 승계... 오너 n세의 책임감 뒷받침 돼야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6일 08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오너 일가에게 경영권을 주는 것이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게 하는 길이다.'


언젠가 포털의 한 기사에서 본 베댓(베스트 댓글)이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시기와 맞물려 꽤나 흥미로웠던 댓글로 기억된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은 부의 대물림과 엮여 상당히 논란이 돼온 소재다. 특히 경영권 문제는 기업의 향후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가 옳은지, 오너경영 체제가 옳은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돼 왔다.


전문경영인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타당성이 있다. 전문경영인이 그간 습득한 지식, 경험, 노하우를 통해 객관적인 시선에서 기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기업은 말 그대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을 통한 도전과 변화에는 보수적일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CEO 자리에는 있을지라도, 최대주주가 아닌 고용된 경영인이 회사의 중대 사안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반대로, 승계를 통한 '오너경영'의 경우 최대지분을 확보한 총수를 통해 빠르고 과감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거나, 탄소배출 감소 등으로 기업의 사업구조까지 변해야 하는 시기에는 '카리스마 경영'이 가능한 오너경영이 더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오너경영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이 꽤나 잦아서일까. 사회분위기도 오너경영에 대해 불신의 시선이 많이 거둬진 모습이다. 오너 자제가 승계에 나선 모습을 보아도 무조건적인 비난 보다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먼저 갖는 것을 보면, 오너경영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최근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기업들이 더러 있다. 한화도 그 중 하나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승계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기업의 뿌리 사업인 산업 전반을 맡았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금융부문을 맡았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전공을 살려 레저·유통 부문을 담당한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경영능력 입증에 실패하더라도 승계는 이뤄질 것이다. 경영능력 입증과는 별개로 내부에선 승계 작업이 착실히 이뤄질 테니까 말이다.  


변화된 오너경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함께 향후 큰 잡음 없이 승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기업 승계의 주인공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중의 달라진 인식이 오너경영으로 나타난 부정적인 부분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너경영은 많은 부분 횡령, 배임 등의 문제가 따라왔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이와 관련한 전적이 있다. 과도한 주인의식이 발현돼 내 것이 아닌 것 마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일까. 부디 이번에 이어질 승계에서는 후계자들이 기업 n세라는 책임감을 갖고 기업 성장의 긍정적인 부분에만 주인의식이 발현되길 바라본다. 대중과 시장의 눈은 언제든 비판의 칼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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