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한 CJ ENM, 신설법인 IPO 나설까
콘텐츠 제작부문 물적분할, 소액주주 반발 우려되나 투자부담은 해소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16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CJ ENM이 문화사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콘텐츠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키로 한 가운데 신설법인이 추후 IPO(기업공개)에 나설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J ENM이 여러 투자를 벌이고 있는 터라 곳간사정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CJ ENM은 미국 소재 미디어 유통·제작사 엔데버콘텐츠를 9200억원에 인수키로 한 가운데 5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SM엔터테인먼트를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여기에 경기도 고양시 소재 CJ라이브시티 개발에도 막대한 돈을 지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올 9월말 현재 보유 중인 현금자산은 4100억원 가량에 그친다.


이 때문에 신설법인의 상장은 CJ ENM의 투자부담을 상쇄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 모회사에 막대한 현금도 챙겨줄 재료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의 과실(果實)은 CJ그룹에 국한된다. 이 때문에 신설법인이 실제 IPO에 나설 경우 CJ ENM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여지가 적잖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적분할 이유는?


CJ ENM은 연말 또는 내년 초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고 있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할 예정이다. 물적분할이란 기존 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를 신설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분할을 말한다. 이 계획을 현실화할 경우 CJ ENM은 콘텐츠 유통 및 케이블채널 운영, 뮤직, 커머스(CJ오쇼핑)를 운용하며 자회사인 신설법인은 콘텐츠 제작사업을 맡게 된다.


CJ ENM 측은 물적분할의 이유로 콘텐츠 제작사업의 효율화를 꼽았다. 이는 물적분할의 대표적인 장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특정 사업부가 법인화됨으로써 분할된 사업만 중점적으로 영위할 수 있어서다.


CJ ENM 관계자는 "멀티 스튜디오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콘텐츠 확대를 통한 IP(지적재산권) 유통 등 수익사업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물적분할이 단순히 사업 경쟁력 강화만을 위한 게 아닐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설법인이 CJ ENM의 재무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단 점에서다. CJ ENM은 제작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한 뒤 상장할 시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신설법인의 운용비용 등을 신규 투자자로부터 유치하게 된다. 여기에 구주매출이 더해진다면 CJ ENM은 직접적으로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쥘 수도 있다.


CJ ENM의 물적분할 후 상장행보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CJ ENM은 앞서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부문을 물적분할 한 뒤 이듬해 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당시 스튜디오드래곤은 IPO를 통해 2100억원을 유치했다. 상장을 하지 않았다면 스튜디오드래곤이 외부차입을 하거나 모회사인 CJ ENM이 조달해줬어야 할 돈이다.


◆때마다 반복되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


이처럼 자회사 IPO는 CJ ENM의 곳간 사정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사업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면서 대주주 외에 기존 주주들이 누릴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앞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할 당시 LG화학 소액주주 다수가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CJ ENM의 제작부문은 장차 회사의 주력 먹거리가 될 사업이기 때문에 분할회사가 IPO를 강행할 경우 모회사 CJ ENM을 제외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 신설법인의 IPO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CJ ENM이 이미 수차례 소액주주를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는 데 있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IPO건 외에도 이듬해 CJ오쇼핑 합병작업 역시 대주주의 입맛대로 진행했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하는 CJ오쇼핑을 CJ ENM에 붙이는 식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문화사업을 지탱한 셈이다. 이때 CJ ENM과 CJ오쇼핑 주주들은 합병을 반대하며 5039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CJ 관계자는 "이번 물적분할은 앞서 그룹이 발표한 중장기 성장전략의 일환"이라면서 "현재로선 신설법인이 상장에 나설지 여부 등을 논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신설법인이)IPO에 나서면서 CJ ENM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면 여러 주주가치제고안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