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주권익 무시, '트렌드' 될까 겁나
CJ·하림, 주주 몫 가로채기 시도...규제도입 필요성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1일 08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임인년(壬寅年) 초부터 일반 주주들과 '육탄전'을 예고한 곳들이 있다. CJ와 하림그룹이다. 이들은 각각 CJ ENM 콘텐츠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하고 하림지주와 엔에스쇼핑을 합병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회사를 떼 내거나 붙이려는 이들의 그림이 일반주주의 권익과 무슨 큰 연관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각 회사의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누릴 '이익'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면 CJ와 하림의 행위엔 공통분모가 생긴다. 기업재편의 과실(果實) 대부분이 대주주로 향하고 일반주주의 몫은 줄어든단 점에서다.


CJ ENM은 알짜사업인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이곳을 상장 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경우 CJ ENM은 신설법인 상장에 맞춰 구주매출 등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물적분할된 회사의 지분 100%를 CJ ENM이 쥐기 때문이다. 반대로 CJ ENM의 일반주주들은 제작부문이 분할된 데 따른 기업가치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시장에선 상장회사가 알짜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IPO(기업공개)에 나서는 것을 대표적인 주주가치 훼손사례로 꼽곤 한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엔에스쇼핑 주주들에 큰 악재다. 하림지주는 연초 엔에스쇼핑과 주식교환을 완료한 뒤 이곳을 홈쇼핑법인과 하림산업 등을 지배하는 투자법인(엔에스홀딩스)로 분할하고 엔에스홀딩스를 흡수합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하림지주는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양재동 개발사업자(하림산업)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이 결과 김홍국 하림 회장이 얻을 양재동 개발이익의 비중은 기존 19%에서 24%로 확대되고 엔에스쇼핑 일반 주주들의 몫은 37%에서 17%로 쪼그라든다.


소액주주들은 CJ와 하림이 펼칠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길이 없다. CJ ENM과 엔에스쇼핑 모두 대주주 지분이 높은 터라 주총에서 원안대로 분할·합병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런 행위는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이를 두고 한 주식 투자자는 "기업들이 말도 안 되는 행위를 일삼고 있는데 이게 문제가 안 된다는 게 더 문제"라며 "딴 곳들이 CJ나 하림을 벤치마킹할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점은 사태의 심각성이 적잖다 보니 기업들의 비상식적 행위를 규제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단 것이다. 최근 여야 대선후보들은 상장회사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한 뒤 상장시키는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소액주주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기업이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못하겠다고 하니 '나라님'이라도 나설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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