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새부터 스마트폰은 안 멋져"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08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갤럭시S22 언팩 옥외광고|삼성전자 제공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S22' 시리즈를 공개한 10일 0시. 온라인 언팩 행사에 등장한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혁신의 정의를 새로 쓸, 궁극의 스마트폰"이라며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 갤럭시 S22를 소개했다. 언팩 행사는 19세기 왕궁에서 '맥킨토시 경'이 물벼락을 맞는 장면, 배트맨과 방탄소년단(BTS) 등장 등으로 볼거리를 가득 채웠다. 그렇게 1시간 가량의 언팩 행사가 끝나갈 무렵, 근원적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뭐가 혁신일까?'


갤럭시 S22의 외형은 전작 대비 눈에 띄게 아름다워졌다. 본체 부피를 줄이면서 특히 세로 비율을 낮춰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고, 후면부 카메라 구역의 디자인을 통일시키면서 S21 당시의 이질감도 없앴다. S22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기능도 대폭 개선됐다. 인공지능(AI)이 대거 탑재되면서 흔들리거나 어두운 상황에서도 선명한 촬영이 가능해졌다. 다만 이같은 개선 요소를 모두 모아도 '혁신의 정의'를 어떻게 새로 쓸 것인지 쉽게 와닿지 않았다.


혁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고 정의했다. 사실 삼성전자든 애플이든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면 시장 일각에선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기에 또다시 혁신 여부를 두고 논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느새부터 새롭게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멋지지 않고, 하나의 타성 혹은 스펙쇼가 돼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혁신'을 화두로 올린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고객경험' 강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무선사업부 명칭을 '모바일경험(MX)'으로 바꾸며 갤럭시 소비자들의 사용 경험을 혁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MX사업부가 속한 IT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을 합치며 세트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고객경험 혁신' 강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이전엔 누리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혁신 포인트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혁신의 부재는 '질적 성장'의 정체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성과는 대부분 양적인 판매량과 점유율로 대변되지만, 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매출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갤럭시 A 등 보급형 모델이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자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은 1% 미만이다. 국내 집계에서도 30대 이상은 갤럭시, 20대는 아이폰으로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린다. '경험 혁신'이 수반되지 않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충성 고객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고(故)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한 것과 같은 거창한 혁신만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 출시 이후로도 10여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크고 작은 혁신이 존재했다. 태플릿 PC,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워치 등 파생 시장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물론 대부분 애플이 선도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혁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S펜'과 '삼성페이' 등은 애플이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이면서도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변화시켰다.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삼성전자에 거든 기대는 이처럼 해묵은 스마트폰 이용 방식을 이전과 다르게 바꿔줄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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