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무사안일주의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KDB생명 향방도 '불투명'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4일 09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MG손해보험이 또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전신인 그린손해보험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공개매각 수순을 밟았던 2012년 5월 이후 10년 만이다.


동시에 KDB생명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공익성이라는 금융업 특성상 보험사 인수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득해야 한다. 앞서 MG손보 인수에 성공한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는 KDB생명, 법인보험대리점(GA) 리치앤코를 마저 인수해 보험사 삼각편대를 구성하겠다는 전사를 밝혀왔다.


실질적으로 두 보험사의 운명이 한 몸으로 묶인 건 금융위 내부적으로 JC파트너스에 KDB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을 내주기 전에 먼저 인수한 MG손보 경영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정리되면서다. 금융위의 입장은 한결 같다.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실탄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자금력이 불투명한 인수주체에게 재가를 내주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MG손보와 KDB생명은 오랜 기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암묵적 매물로 여겨져 왔다. MG손보의 경우 사실상의 지배 주체는 상호금융권에 속한 새마을금고중앙회다. 현행법상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새마을금고는 PEF를 통한 우회인수로 MG손보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2018년 17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박차훈 회장이 당선되면서 계열사 편입보다는 매각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KDB생명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 계열사로 들어오게 됐다. 이후 1조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됐지만 경영악화가 지속되면서 빈번히 매각에 실패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첫 임기 당시 KDB생명 매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타진하기도 했다.


이때 두 보험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이 JC파트너스다. 특히 KDB생명은 3전4기 끝에 매각절차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만큼 별다른 대안도 없었다. JC파트너스 외에 인수 의지를 피력하는 회사가 없었던 만큼 인수자나 피인수자나 2년여의 경영공백이 나타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금융사의 존재 이유로 공익성과 안전성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판단 역시 이런 측면을 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반론할 여지가 없다. 쉽게 인가를 내줬다 훗날 부실 도미노 사태라도 발생했다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을 우려했다는 속사정도 이해한다.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감독당국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보험시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미래를 그렸던 인수주체의 투자 재원 조달이 쉽지 않았으라는 생각도 든다. 승인을 해주기도 어렵고 마땅히 취소할 이유도 없어 정권이 바뀌는 시기를 기다린 건 아닌가 하는 금융당국을 향한 시장 일각의 비판 섞인 추측도 있다. 물론 인수자나 금융당국 모두 이 사안에서는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입장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어떤 형태로든 액션을 취하지 않는 사이에 MG손보와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 적기를 이미 흘려보낸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은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취재를 하며 들여다 본 피인수사의 속사정은 다음과 같다.


"꼭 긍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으니 뭐든 방향성을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인력 유출이 너무 심합니다. 이렇게 껍데기만 남아서는 추후 매각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어떻게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있겠어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17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