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전환' 롯데카드 매각, 흥행할까
MBK에 인수 후 수익성·재무구조 개선...업계 장악력은 '아직'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8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카드 BI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물로 거론된 롯데카드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며 성공적인 체질 전환을 이룬 까닭이다.


일부에서는 롯데카드의 예상 몸값을 3조원 수준으로 평가하며 올해 M&A 시장을 달굴 가장 '핫한' 매물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반면 여전히 낮은 업계 장악력과 어두운 전망의 카드업황 등이 향후 매각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매도자인 MBK파트너스 측과 예상 인수자 간의 몸값 협상을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258억원으로 2년 전인 2019년 714억원에서 216%(1544억원) 증가했다. 2020년 989억원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실적이다.


이 같은 성과는 롯데카드가 지난 2년간 이어온 수익성 강화 작업의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10월 주인이 바뀌었다. 롯데그룹이 지난 2017년 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롯데카드 매각을 결정했다.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는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2007년부터 수차례에 걸친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시장 상황이 악화한 데다, 롯데그룹이라는 모기업 지원이 사라진 롯데카드에 대한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롯데카드 컨소시엄이 롯데카드를 총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MBK파트너스 계열사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주식회사가 지분 59.8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외에 우리은행(20%), 롯데쇼핑(20%) 등이 롯데카드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롯데카드는 대주주 변경 직후 이듬해 3월 조좌진 전 현대캐피탈아메리카 대표를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한 후 상품 포트폴리오 정비에 돌입했다. 2020년 8월 업계 최초로 세트카드 시스템을 도입한 로카(LOCA) 시리즈는 출시하고 1년 만에 발급 100만장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졌다.



또한 신용판매와 현금대출 영업을 강화하면서 롯데카드의 카드이용 취급액은 2019년 72조3650억원에서 지난해 78조714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른 영업수익도 17583억원에서 2조96억원으로 2513억원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250%나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카드는 "상품 수익 증가 및 판매사업비 감소, 비용 효율화를 통한 이익 증가"라고 설명했다.


실적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롯데카드의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 2019년 0.11%에서 지난해 0.99%로 올랐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지난 2019년 0.57%에서 2020년 5.35%로, 지난해에는 5.78%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자산건전성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고정이하채권비율은 2019년 1.48%에서 지난해 0.94%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연체채권비율도 1.73%에서 1.00%로 하락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20년부터 잠재부실회원 카드론 신청 제외, 대출한도 조정 중단 등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선제적 리스크관리 정책을 수립한 바 있으며, 여기에 추심팀 보강 등을 통해 채권관리 및 회수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이와 관련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2년여 간 수익성, 재무구조 등 회사 경영 전반에서 성공적인 체질 전환이 진행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우리금융 등 유력 인수 후보 거론


다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롯데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작년 말 기준 롯데카드의 신용판매 결제 점유율은 8.7%로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롯데·우리카드) 가운데 5위다.


신한카드가 17.8%로 부동의 1위이며, 삼성카드가 15.6%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어 KB국민카드 14.3%, 현대카드 14.3% 순이다. 롯데카드 보다 낮은 점유율을 보인 곳은 우리카드 7.9%, 하나카드 6.1%다. 롯데카드의 신용판매 결제 점유율은 2년 전인 2019년 8.9% 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카드대출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2019년 9.4% 보다 0.8%포인트 오른 10.2%의 점유율로 시장 5위에 자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한카드가 22.2%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카드 16.7%, KB국민카드 14.9%, 현대카드 12.6%, 우리카드 8.6%, 하나카드 6.4% 등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롯데카드가 경영실적과 각종 건전성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체질 개선을 이뤘음에도 업계 내 위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향후 매각 과정에서 흥행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최근 잠재 인수자들과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우리금융지주, BC카드의 모회사인 KT, 하나금융지주 등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2019년 롯데카드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MBK가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우선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우선검토권을 보장받았기에 가장 주목받는 인수 후보다.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기간에 외형 확장을 이룰 수 있다. 우리금융의 그룹 순익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은 18%정도로, 40%를 웃도는 다른 대형 금융지주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다만 지금껏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 인수 1순위로 증권사와 보험사를 꼽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몸값이 3조원 수준으로 평가되는 롯데카드를 사들이면 그만큼 인수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MG손해보험에 대한 공개 매각 절차에 나선 가운데, 우리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여기에 카드 업황 전망이 어두운 것도 고민거리다. 카드 업계는 올해 가맹점 수수료 하락으로 본업인 신용카드 판매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 지급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다. 카드사들이 최근 부업인 대출영업을 확대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9월이면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지 만으로 3년째가 되면서 최근 들어 매각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 같다"며 "롯데카드 자체로는 수익성이나 재무구조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이고, 현재 유력 인수자로 언급되고 있는 기업들도 자금 상황 등에서 인수 여력이 충분한 만큼, 앞으로 MBK파트너스 측과 예상 인수자 간의 몸값 협상을 위한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