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츠 투자에 완벽한 파도는 없다
해외 부동산 '물거품' 되지 않으려면 운용사 역량이 중요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9일 15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Pixabay


[딜사이트 장동윤 기자] 투자는 서핑과 같다. 최근 만난 한 운용사 대표의 말이다. 좋은 파도를 골라 올라타고,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점에서 서핑과 투자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에 해외 부동산이란 늘상 일렁이는 파도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부동산투자회사(REITs, 리츠) 운용사의 관심을 끌지 못한 해외 자산은 그저 평범한 물거품이었다. 지난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JR글로벌리츠 이후 후속 해외 리츠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작년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물류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은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상장하면서다. 시장 반응도 좋았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수요예측에서 1019.6대 1, 청약에서 75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는 해외 리츠 2개가 추가로 상장할 예정이다. 프랑스 소재 여러 자산을 편입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와 벨기에 소재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KB스타글로벌리츠다. 국내 리츠 운용사가 해외 자산이라는 파도에 다시 한번 올라탄 모양이다.


유럽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의 등장은 여러모로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두 리츠 모두 편입자산이 우수하다. 자산의 임대수익이 리츠의 주요 수익원인 만큼 우량 임차인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두 리츠는 안정적인 임차인과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보유한 남프랑스 물류센터와 노르망디 물류센터는 프랑스 아마존을 임차인으로 들였다. KB스타글로벌리츠가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노스갤럭시타워는 벨기에 정부 기관을 임차인으로 모셨다.


유럽 금리 환경도 우호적이다. 유럽연합 소속 국가 기준금리인 유리보(EURIBOR, 3개월)는 2016년 이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유리보는 -0.5~-0.4% 수준이다. 낮은 금리에 힘입어 인수금융 조달이 용이하다. 추가로 원화-유로화 금리 차이를 통한 환 헤지(CRS)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실물 부동산 거래는 과열 상태다. 향후 대체투자 욕구가 해외로 몰린다는 전망에도 이견이 없다. 공모리츠라는 투자기구의 등장은 투자자로서도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펀드와 달리 리츠 투자자는 주주로서 투자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리츠가 우려스러운 대목은 분명하다. 최근 각국 정부는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유동성 위축은 편입자산의 가격 하락 요인이다. 장기간 부동산을 운영하다가 매각하는 리츠는 투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서핑에 완벽한 파도란 없듯이 투자에도 마찬가지다. 마스턴투자운용과 KB자산운용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완벽할 수 없는 파도이기에 서퍼의 능력이 중요하다. 해외 부동산 투자 시장을 서핑 명소로 만드는 것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도 모두 운용사 역량에 달린 일이다.


두 운용사가 해외 공모리츠 초기 시장 조성자로서 제 몫을 다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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