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손 내민 인텔의 속내
파운드리 후발주자 인텔, 삼성과 손잡고 TSMC 견제구
이 기사는 2022년 05월 31일 15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팻 겔싱어 인텔 대표(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격 회동을 가짐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반도체시장 1위 자리를 두고 삼성전자와 경쟁 중인 인텔이 협력 강화 스탠스를 보인 데서 비롯된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전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동은 겔싱어 CEO가 먼저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원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겔싱어 CEO는 이 부회장과 회동을 위해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했다 귀국하던 중 방한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 사는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위탁생산) ▲PC 및 모바일 분야를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특히 반도체 업계의 미래먹거리로 급부상한 파운드리 부문에서의 공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인텔은 전통적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강자다.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를 통해 시장에서 군림해 왔다. 문제는 최근 후발주자들이 잇달아 CPU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AMD(라이젠 시리즈), 애플(M1) 등이 대표적인 회사들로, 인텔 대비 경쟁력 있는 CPU 제품들을 통해 시장 점유를 늘려가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CPU 시장에서 AMD는 시장 점유율 25.6%로, 11분기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거꾸로 인텔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도 지난해 전체 소비자용 PC CPU시장에서 'M1' 점유율이 전년동기대비 6.1%포인트 늘어난 9.5%가량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MD와 애플은 대만 TSMC에 위탁생산을 맡겨 CPU를 생산 중이다. TSMC는 5나노미터급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지만, 인텔의 자체 파운드리 기술력은 10나노미터에 머물고 있다. 생산비용 측면에서 인텔 대비 AMD, 애플 등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인텔도 원가 절감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TSMC에 CPU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인텔로서는 경쟁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인텔이 나노 공정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절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인텔로서는 그동안 1위 업체의 점유율을 견제할 존재가 필요하다. 그 대안이 파운드리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손을 잡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TSMC와 마찬가지로 5나노미터급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 인텔이 삼성전자에 일감을 주게 되면, TSMC의 점유율 독식을 견제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를 할 수 있다. 양 사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다.


인텔은 이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협력해 왔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CEO의 회동이 파운드리 협력에 물꼬를 틀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등에 맞춰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고, 미국 업체에서도 국내 업체와 협력을 늘려가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비메모리 분야에서 협력을 본격화한다면 차세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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