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만은 아닌 호텔롯데 자산매각 러시
유동성확보·자회사 역량강화·롯데지주 체제 확립 등 목적 다양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5일 10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호텔롯데가 최근 보유 중인 계열사 지분 및 비주력자산 매각을 이어가는 등 올 들어서도 자산유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연초부터 '베트남 롯데센터 하노이'를 지배하는 코랄리스와 베트남 소재 부동산 개발사 HCMC 법인 지분을 각각 롯데물산, 롯데건설에 매각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롯데칠성 지분 일부(370억원 규모)도 팔아치웠다. 올 들어 세 번의 자산매각을 통해 회사는 1377억원 가량의 현금을 조달했다. 


아울러 호텔롯데는 지난해엔 롯데월드타워·몰 부동산 소유권 일부를 5542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했고 2020년에는 보유 중인 롯데케미칼·롯데푸드 주식을 1081억원에 롯데지주에 넘기기도 했다.


이러한 자산매각은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실적부진 여파 등이 아우러진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호텔롯데가 영위하는 사업은 팬데믹에 취약한 면세·호텔·레저에 집중된 만큼 적자에 따른 현금유출 부담이 큰 편이다. 실제 호텔롯데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조4799억원, 3643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적자가 지속되다 보니 재무구조도 취약해졌다. 지난 3월말 호텔롯데의 순차입금은 7조3097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8037억원(12.4%)이나 증가했다. 만기가 도래한 부채는 차환한 데 더해 새로 빚도 진 결과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계적으로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외부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것 역시 자산매각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


자산매각은 단순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 만은 아니다. 호텔롯데는 아직 'AA급'신용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난 3월말 기준 1조7726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 하는 등 당장 도래하는 부채 정도는 해결 가능한 체력을 갖췄다. 


재계는 이를 두고 호텔롯데가 IPO(기업공개)전에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는 한편 신동빈 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자산매각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지분매각 내역만 봐도 이러한 호텔롯데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호텔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주력 계열사로 떠 오른 롯데케미칼이나 롯데푸드·롯데칠성 등 식음료사 지분은 신 회장이 지배하는 롯데지주에 넘겼다. 롯데지주가 지배력을 확보한 곳인 만큼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신 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유동성도 챙긴 셈이다. 이에 재계는 호텔롯데가 롯데지주 품에 있는 롯데GRS 등의 계열사 지분도 일부 정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달리 롯데월드타워 부동산, 코랄리스·HCMC 지분은 호텔롯데가 주요 주주로 있는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에 팔았다. 관련 사업에 전문성을 지닌 관계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단 판단에서다. 특히 그룹의 차기 IPO 주자인 롯데건설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최대주주(43.79%)인 터라 2대 주주인 호텔롯데(43.07%)는 구주매출로 현금을 확보하거나 지분가치 재평가를 기대할 만 하다.


호텔롯데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매각 뿐 아니라 적잖은 투자금을 지출키도 했다. 회사는 2015년 롯데렌탈을 인수할 당시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롯데렌탈 지분을 2020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925억원을 들려 취득했다. 당시 상장을 앞 둔 롯데렌탈 지분율을 확대, 신주 발행에도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최근의 자산 매각은 현금조달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성격도 갖고 있다"며 "다만 사업적 연관이 큰 롯데쇼핑 등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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