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궁훈의 '아 바오 아 쿠' 카카오 메타버스
메타버스 개념 불분명…카카오의 메타버스는 명확성 갖출까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가 7일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에서 카카오의 메타버스 방향 '카카오 유니버스'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쓴 '상상동물 이야기'에는 '아 바오 아 쿠'라는 환상 생물이 나온다. 보르헤스에 따르면 아 바오 아 쿠는 인도 치토르에 있는 '승리의 탑' 첫 번째 계단에 투명한 형태로 잠들어 있다. 누군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아 바오 아 쿠도 그의 뒤를 따르면서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탑을 오르는 사람이 마지막 계단에 이르면 아 바오 아 쿠는 눈에 보이는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아 바오 아 쿠는 선명하지 못한 색채와 불완전한 형태로만 보인다. 오직 깨어있는 사람이 계단을 모두 올랐을 때만 완전한 모습으로 광채를 발산하게 된다. 


메타버스는 아 바오 아 쿠와 여러 모로 비슷하다. 메타버스가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산업으로서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같은 사회나 경제, 문화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3차원 공간 플랫폼을 보통 일컫는다. 그러나 그런 메타버스가 이전의 가상현실 콘텐츠나 온라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과 정확히 어떤 점에서 다른지는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처음엔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가 계단에 올라선 사람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아 바오 아 쿠와 같은 셈이다. 


최근 메타버스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 역시 메타버스의 모호함이라는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남궁훈 카카오는 2월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를 가상공간 3차원 아바타로 많이 생각하지만 텍스트, 2차원, 음향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메타버스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현실과 연계된 3차원 가상공간을 일컫는 일반적인 메타버스 해석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메타버스 서비스 역시 어떤 형태일지를 놓고 의문을 낳았다. 남궁 대표는 2월 당시 텍스트 기반의 롤플레잉형 채팅 메타버스와 '관심 기반' 오픈채팅에 접목된 메타버스를 들었다. 5월 콘퍼런스콜에서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에 메타버스 비전을 담겠다고 했다. 오픈채팅과 메타버스를 엮겠다는 의지는 보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의 서비스가 될지는 여전히 알기 힘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남궁 대표는 승리의 탑을 오르는 사람처럼 메타버스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그 결과 6월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를 관심사로 묶는 '카카오 유니버스'를 메타버스 비전으로 내세웠다. 오픈채팅 기반으로 같은 관심사를 지니면서도 지인이 아닌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 '오픈링크'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형태의 서비스도 소개했다.


다만 6월 기자간담회에선 현재까지 발표된 메타버스 관련 사항만으로는 불특정 다수의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꾸릴 유인 동력이 약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오픈링크 등의 구조를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 오픈채팅의 확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함께 들려온다. 두나무의 증권앱 '증권플러스'에서 진행한 '카카오 유니버스 공개한 카카오 주가, 하락세 끝낼까?' 설문조사에서 '오른다' 응답률이 더 높았지만 '내린다' 선택률도 49.4%에 이르기도 했다.


카카오의 메타버스가 구체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겐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끌어 모을 방법과 이를 통해 돈을 벌 수익모델, 기존의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와 확실하게 차별화될 요소 등을 더욱 명확하게 준비하고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카카오와 남궁 대표에게 남은 셈이다.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카카오가 메타버스를 통해 성공을 거두려면, 그리고 남궁 대표가 그런 성공을 이끌어낼 '깨어있는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카카오와 남궁 대표가 서비스 상용화라는 마지막 계단에 이르렀을 때 메타버스라는 아 바오 아 쿠가 완전한 모습으로 광채를 발산할 수 있을까. 부디 그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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