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사업 '결' 다른 LG화학…수익성은 글쎄
탄소배출 감소 위한 자가소비 목적…밸류체인 구축 등 확대 계획 '無'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14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대산공장 NCC전경.(사진=LG화학 제공)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LG화학이 본격적으로 수소사업을 시작했지만 밸류체인 확장을 통한 수익 창출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G화학은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수소를 자체 나프타크래킹센터(NCC)공장 탄소감축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 계획이다. 그 외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을 통한 수소사업 확장 계획은 미정이다. LG화학은 타 기업과는 수소사업 목적이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수소사업을 지속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밸류체인 구축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소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은 생성된 수소 전량을 자가소비할 계획이다. 수소사업의 목적을 이익수단이 아니라 탄소배출 감소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국내 화학사로는 처음으로 '205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할 정도로 탄소배출 감소에 적극적이다. LG화학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배출 전망치 대비 약 3000만t을 감축해 2019년 수준인 1000만t 이하로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제품 개발, 아이오 연료 전환 및 탄소포집저장(CCU)기술 등을 통해 탄소중립성장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수소사업도 탄소배출 감소의 일환이다. LG화학이 최근 발표한 수소사업을 살펴보면 수소를 활용해 자사 공장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유화학 필수 공정인 NCC에서 발생하는 부생 메탄을 원료로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를 다시 NCC공장 열분해로 연료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생산한 수소를 다른 곳에 공급하는 등 수익 목적이 아니다.


LG화학 관계자는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수소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화학사들과 결이 다를 수 있다"며 "현재까지 외부 판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수소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를 대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과 달리 그룹 차원에서 수소를 사용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앞선 관계자는 "수소사업이 시작단계이기도 하고 그룹 차원에서 수소 활용에 대한 가능성은 있겠으나 결정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LG화학이 주도해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고 LG화학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밸류체인 없는 수소사업은 수익 확보와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하면 현재 이용되는 열분해 연료를 일부 대체해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밸류체인이 없다면 기존 연료와 비교해 채산성이 좋지 않아 수익성은 떨어지게 된다. 수소사업에 뛰어든 많은 기업들이 생산-유통-공급-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도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현재 LG화학 수소사업은 밸류체인이라 불릴만한 것이 거 없다. 수소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태경케미컬에 공급하는 방식이 존재하긴 하지만, 수소사업 확장을 위한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낮은 채산성을) 상쇄하는 방안 등은 없는 것이 맞다"며 "추후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는 밸류체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수소시장은 2050년 2조5000억달러(한화 약 3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이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자가소비에 초점을 맞춘 사이 한화, 롯데, SK 등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며 수소사업 선점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임팩트 등이 수소사업에 참여해 수소 생산부터 유통·공급·활용에 이르는 과정에 모두 관여한다. 특히 한화큐셀이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이 이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등 사업분야의 장점을 잘 살렸다. 한화솔루션은 국내 최대 태양광 사업자로 태양광 설비부터 발전에 이르는 전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로드맵이 완성돼 있다. 유통에 강점이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참여가 예정돼 있고 국내외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손잡고 합작회사(JV)를 설립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이 수소생산을 담당하고 계열회사 및 JV를 통해 유통과 활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 역시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을 밀고 있다. 우선 SK E&S가 수소 생산, 운반, 공급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설계하고 인프라를 구축한다. 화학사인 SK이노베이션(SK인천석유화학)은 SK E&S에 부생수소를 공급하고 SK㈜는 관계기업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원에 나선다. SK에너지를 비롯한 다른 관계사들도 밸류체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나설 방침이다.


수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채산성으로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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