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IPO 계획대로 추진"
플랫폼 가치 판단 기준 '성장성→수익성'…"흑전 경험이 호재 될 것"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17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최근 증시 불안에 IPO(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이 잇따라 철회∙연기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11번가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2018년 5000억원을 투자받았을 당시 걸려 있는 옵션을 수행해야 하는 데다 이커머스 기업들의 가치 평가 기준이 11번가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성장성에서 수익성으로 무게추가 옮겨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상장 시점이 내년 9월 이전이니 만큼 아마존 직구, 라이브커머스 등 신사업 성과를 내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5일 11번가 관계자는 "내년으로 예정된 IPO 절차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증시가 불안한 상황이긴 하지만 충분한 준비를 통해 기대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11번가가 IPO 추진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최근 온라인 산업 둔화, 증시 불안으로 인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이 성장성에서 수익성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11번가가 경쟁사 대비 부진한 성장률을 보여온 탓에 이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잇따랐던 까닭이다. 


실제 증권가 주요 보고서에 따르면 올초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거래액(GMV, 12조원)에 0.3배 멀티플을 적용한 3조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11번가가 최근 3년(2019~2021년)간 기록한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2.9%(5305억원→5614억원)에 불과했던 탓에 성장성 측면에서 저평가를 받은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 컬리(4289억원→1조5579억원), SSG닷컴(8442억원→1조4185억원), 오아시스(1423억원→3569억원)의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각각 90.6%, 29.6%, 58.4%에 달했던 만큼 3사 모두 2배 이상의 GMV 멀티플을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산업이 어느덧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증시 상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도 수익성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며 "11번가의 경우 성장성에 대해선 고평가를 받기 힘들지만 과거 흑자전환을 달성한 바 있어 수익성 개선에 대한 펀더멘탈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IPO 절차를 밟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단 점도 11번가가 계획대로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밝힌 배경으로 분석된다. 내년 9월 이전까지만 IPO에 성공하면 되는 만큼 증시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도 적잖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마존 직구, 라이브커머스 등 신사업들이 시장 연착륙으로 성과를 낼 수도 있어서다.


이외 11번가가 2018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5년 내(2023년까지) 상장을 약속했단 점도 계획대로 IPO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11번가는 사모펀드(PEF) H&Q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5년 내 IPO 실패 시 원금에 내부수익률(IRR) 3.5%를 더해 해당 지분을 SK텔레콤이 되산다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설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11번가의 IPO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SK텔레콤이 투자자들에게 수천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셈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상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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