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이동진, 메리츠운용 소방수 역할 할까
프론트 경험 부족한 비전문가 평가 우세, 증시 악화에 난관 예상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17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메리츠자산운용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 8년간 장기집권을 이어온 존 리 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고 금융지주사 출신인 이동진 대표(사진)가 방향타를 잡게 됐다. 이 신임 대표가 존 리 전 대표 사태로 뒤숭숭해진 조직을 추스리고 쇠약해진 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메리츠운용의 CEO로 선임된 지난달 28일부로 대표직 업무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메리츠그룹 본사인 강남구 역삼동의 메리츠타워를 떠나 메리츠운용이 위치한 서울 계동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메리츠금융지주에서 경영지원실장(전무)을 맡아 온 이 대표는 차명투자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존 리 전 대표의 공백을 매울 적임자로 발탁됐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메리츠운용에서 자신의 색깔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걸로 내다보고 있다. 자사운용업 종사 경험이 전무한 와중에 갑작스레 메리츠운용의 CEO직을 부여 받은 까닭이다. 지난 30년 간 '메리츠인'으로 지내온 이 대표는 메리츠운용을 제외한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금융지주 등을 거쳤다.


특히나 본업과는 동 떨어진 백오피스단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는 점이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외관상 이 대표는 금융그룹에서만 30년의 시간을 보낸 만큼 금융인이란 타이틀을 얻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인사와 경영지원 등 프론트를 서포트하는 업무를 맡아온 인물이라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그는 관리직인 부장에 오른 뒤부터 ▲메리츠지주 인사전략팀장(부장) ▲메리츠증권 경영지원본부장(상무) ▲메리츠화재 인사총무팀장(상무) ▲메리츠지주 인사총무팀장(상무) ▲메리츠화재 장기보상부문장(전무) ▲메리츠지주 경영지원실장(전무)으로 일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존 리 전 대표는 스타매니저 출신으로 CEO와 CIO(최고투자책임자) 뿐 아니라 마케터로서의 역할도 해 왔다"며 "전임자와 달리 운용업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는 이동진 대표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메리츠운용의 소방수로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전임 대표의 사건으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은 물론, 경영 지표를 끌어올려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내 위상을 보여주는 메리츠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지난 5년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8년, 4조8927억원으로 39위의 포지션을 누리던 메리츠운용의 수탁고는 ▲2019년 4조188억원(42위) ▲2020년 3조8571억원(47위) ▲2021년 3조7609억원(48위)로 내려 앉았다. 이달 들어서는 수탁고가 2조8756억원으로 줄면서 56위를 기록 중이다.


경영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실정이다. 지난 1분기 메리츠운용은 15억원의 영업손실과 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2년 만에 분기 실적이 적자 전환됐다. 실적 개선에 고삐를 당겨야 할 시점이지만 코스피가 2300선 유지도 버거울 만큼 증시 사정이 좋지 않아 초반 부진을 만회하기 버거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운용 관계자는 "이동진 대표가 취임한 지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런 단계"라며 "새로운 경영 방침이나 조직 개편 등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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