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FI 공방에도 IPO 재추진
재추진 시기는 아직 미정, 어피니티 적극 협조 요청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5일 1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공식화했지만 상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진행된 상장 심사가 최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2대 주주인 어피너티컨소시엄 간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갈등'으로 무산되면서 양측 공방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교보생명은 15일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는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상장 재도전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하겠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입장이다.


◆ 교보생명 "특정 주주 위해 IPO 나선 것 아냐"

교보생명이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건 지난해 12월이고, 지난 8일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다뤘다. 하지만 상장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교보생명의 오너인 신 회장이 2대주주인 어피너티와 풋옵션 소송을 진행 중인 만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투자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은 어피너티가 상장이 번번이 막아섰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국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로부터 "신 회장이 어피너티의 주식을 매입해줄 의무가 없다"는 결과를 받은 뒤 IPO를 재추진했지만, FI 측에서 신 회장에 대한 가처분 소송 등으로 발목을 잡아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보생명이 풋옵션 분쟁에 있어서 특정 주주(신 회장)의 편을 들기 위해서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는 어피너티의 주장은 틀렸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어피너티는 풋옵션 이행과 IPO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신 회장이 풋옵션 분쟁으로 대표되는 주주 간 계약을 이행한다면 상장 위협요건도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어피너티 관계자는 "IPO 여부와 별개로 신 회장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FI 측의 주식을 매수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며 "신 회장이 계약을 준수한다면 주주 간 분쟁은 곧 종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조 분쟁' ICC 중재판정에도 해결책 오리무중

풋옵션 갈등의 불씨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너티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매각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2015년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이 해당 지분을 모두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 주주 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상장이 끝내 무산되자 2018년 어피너티는 주당 40만9912억원(총 2조11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어피너티의 용역을 받아 FMV를 산출할 때 활용된 건 삼성생명, 한화생명,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등의 2017~2018년 주가다. 이들의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8배을 넘어선다. 신 회장은 어피터니가 회계법인(딜로이트안진)과 공모해 주당 공정시장가치(FMV)를 고의적으로 부풀렸다며 풋옵션 이행을 거부했다.


이에 어피너티는 2019년 3월 ICC 중재재판을 신청했지만, 갈등은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심화됐다. 중재판정부는 어피너티의 풋옵션 권리를 인정한 것과는 별개로 안진회계법인이 산출한 풋가격을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서 내용대로 신 회장이 선임한 평가기관을 포함해 FMV를 산출한 뒤에야 풋옵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어피너티 관계자는 "풋옵션 행사에도 아직 주식매매계약이 진행 중인 건 신 회장이 계약에 따른 주당 FMV 결정 절차를 방해했기 때문"이라며 "풋가격에 불만이 있다면 스스로 합의한 SHA에 따라 가치평가기관을 선정하고 관련 절차에 참여하라"고 반박했다.


◆ 주주 간 갈등에 IPO는 이뤄지기 쉽지 않아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어피터니가 제시한 풋가격을 통해 풋옵션이 행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IPO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고 있다. 보험주는 시장에서 극도로 저평가돼있기 때문에 상장 절차에 나설 경우 FI가 주장한 주당 40만9912억원을 인정받는 건 불가능하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FMV가 다뤄지기만 하더라도 밑지는 게 없는 장사다.


지난해 기준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PBR은 각각 0.35배, 0.16배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건 시총이 가업의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 미달한다는 의미다. 앞서 상장된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PBR도 0.2~0.3배에 머물러있다. 이를 반영하면 교보생명의 적정 몸값은 약 3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어피너티가 제시한 풋옵션 가격에 한참 미달하는 규모다.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상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10년간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묶어둔 만큼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당시 산출한 2조원 안팎을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주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상장은 더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예심청구 기업은 투자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송 등 분쟁사건이 없어야 한다. 어피너티(24.01%), 어펄마캐피탈(5.33%) 등 풋옵션을 행사한 FI들의 지분은 약 29%에 육박한다. 신 회장의 지분(33.78%)과 견줬을 때 경영권 분쟁이 있다고 평가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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